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코와붕가 Sep 09. 2024

밑밥 깔기 프로젝트

미션, 막내를 밀어주자.

지난번 우리 반 회식


술잔이 오가면서 속에 있는 말을 했다. 나는 상반기 근무평가를 예상대로 '양'을 맞았다. 내년에 임금피크에 들어가는 부장은 관례(퇴직금 정산이 있다.)에 따라 '수'를 받을 줄 알았다. 하지만, 강력한 차장이 등장하면서 판을 깨뜨리고 말았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부장님, 우리 반도 움직이시죠."

"그래야죠. 코와붕가 차장이 나에 대한 불만이 있는 거 압니다. 내 새끼들 챙겨야 하는데 미안하네요."

"부장님, 저는 어차피 이 판에서 밀렸습니다. 그렇다면.. 성실한 막내 직원을 밀어줍시다."

"어떻게??"

"밑밥을 까는 전략을 펴야죠."


우리 사무실로 발령 난 신입 직원은 총 4명이다. 이중 한 명은 '수'를 받을 수 있다. 수습을 떼고 지금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다. 대체적으로 적응하며 근무를 성실히 하고 있다. 그래도 싹수? 가 보이는 직원이 있다. 우리 반 막내직원과 강력한 차장이 근무하는 반 신입 직원이 눈에 띈다. 예상컨대 둘 중 하나가 '수'를 받을 것이다.


부장은 다음 근무날 잊지 않고 바로 역장에게 막내 직원을 어필했다. 이렇게 저렇게 열심히 근무하니 잘 좀 봐달라고 첫 번째 밑밥을 깔았다. 역장은 근무평가를 주는 것에 머리가 아프다며 사무실을 나가려다가 한 가지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면 이번 근무실적 작성 때 본인이 한 일을 가득 채우라고 하세요."


이날 막내 직원은 쉬었다. 다음 야간근무날 막내 직원에게 어제 일을 말해주면서, 지금까지 배우고 해 왔던 일을 기록하라고 지시했다. 앞으로 될 수 있으면 각종 업무 보고도 막내 직원 이름이 나오도록 하자고 했다.

그렇게 하나씩 만들어 가자고 했다. 


우리 막내 직원은 그동안 여러 일을 배웠고 성실히 해왔다. 각종 민원업무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신입직원 중에서도 나이가 가장 많다. 나이가 많다는 건 우리 회사 같은 수직적인 곳에서 유리한 점도 있다. 이런 모습을 보여왔기에 나도 부장에게 의견을 냈던 것이다. 이왕이면 우리 반 막내 직원이 첫 시작을 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은 차장까지 자동 승진이 있다. 하지만, 승진포인트 제도를 만들어서 일찍 승진하는 제도가 있다. 포인트를 쌓아서 일찍 승진하면 다음번 승진에서도 유리한 위치에 선다. 동기들보다 먼저 승진하면 자연스레 자동승진도 빨라지게 된다. 이런 점을 막내 직원에게 알려줬다. 


막내 직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만 있다가 내게 말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전 코와붕가 차장님이 잘 되길 바랍니다."

"네, 걱정 마세요. 저는 잘 될 겁니다. 여기서만 빼고요. 하하"


성실함과 좋은 인성을 가진 직원이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가만히 있다가는 나와 같은 평가를 받을지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근무평가를 하는 책임자에게 말해주고 보여줘야 한다. 더럽고 치사하지만 '쇼'도 필요하다. 막내 직원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겨주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폭음이 지나간 자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