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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아 Aug 25. 2023

천재가 천재를 그리는 방법에 대하여

영화 '오펜하이머'를 보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영화의 천재다. 그는 컴퓨터 그래픽 없이 완벽한 허구의 세계를 구현해내고 허구 세상 속 인간의 진심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오펜하이머'를 통해  핵폭탄을 만드는대 중심적인 역할을 한 '천재' 물리학자 오펜하이머의 삶을 그려낸다. 실제 있었던 일을 기반으로 오펜하이머의 사적인 시간과 공적인 시간이 모자이크처럼 하나가 되고 그렇게 역사는 영화가 된다.


'오펜하이머'는 천재 과학자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 박사가 핵개발 프로젝트를 이끌면서 생기는 일을 다룬 영화다. 무려 180분이라는 파괴적인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지만 몰입감과 여운 역시 파괴적이다. 영화를 사랑하는 이라면 이 영화를 싫어할 수 없다.


내게 '오펜하이머'는 반미 영화로 읽힌다. 세계 평화를 이야기하는 미국의 양면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오펜하이머가 핵폭탄 개발을 마음먹은 이유는 독일 나치들에 의해 자신의 동포인 유대인들이 학살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오펜하이머는 나치보다 핵폭탄을 먼저 개발해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나선다. 하지만 독일은 결국 핵폭탄을 개발하지 못했고, 항복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일본은 결사저항 태세로 나섰다. 미국은 피해 없이 전쟁을 마무리하기 위해 일본의 일방적인 피해를 선택했다. 미국 정치인들은 핵폭탄을 떨어트릴 일본의 도시를 고를 때 농담을 할 정도였다.


미국의 선택에 따라 핵폭탄이 떨어진다. 핵폭탄에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어 사망한 사람만 20여만 명이 넘는다. 간접적인 피해는 따지기 어려운 수준. 하지만 핵폭탄 투하가 성공하고 미국은 승전의 기쁨에 취한다. 미국의 선택과 나치 독일의 선택이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독일과 일본을 패전국으로 만든 미국은 게걸스럽게 다음 적을 찾아 나선다.  이 모든 것은 미국 정치인들 손에서 결정이 된다. 미국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희생도 무시하는 모습이 차갑게 그려진다. 미국은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자본주의의 상징이지만 그들의 자유와 자본만큼 중요한 건 없다는 것도 느껴진다.


오펜하이머의 천재성은 양자역학과 천체물리학에서 뛰어난 연구 성과를 내는 것으로 발휘되지 않는다. 그는 핵폭탄을 만들기 위한 큰 그림을 그렸다. 필요한 과학자들을 모으고 그들을 일하게 하기 위한 마을을 건설했다. 그들의 능력과 성격을 이해하고 역할을 나눴다. 연구성과에 집착하는 것이 아닌 사람을 움직일 줄 아는 사람이었다.  다른 천재를 움직이고 설득하기 위한 천재성을 가지고 있다. 하나의 목표를 위해 뛰어난 사람들을 모으는 것은 아무나 가지고 있는 재능이 아니다. 그는 과학자들 뿐만 아니라 군인도 설득해 낸다. 물론 그의 태도 때문에 그를 싫어하는 사람은 있지만 그의 통제에 벗어나는 이는 없었다. 결국 그는 트리니티 실험을 통해 핵폭탄을 만들었다는 것을 입증한다.


천재가 천재성을 발휘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천재가 천재성을 발휘해서 성과를 내고 인정받은 이후에는 조금은 달라져야 한다. 인정에 익숙해지지 않으려 스스로를 다스려야 한다. 나에게 자연스러운 일이 누군가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고 행동해야 한다. 그것이 모든 것을 이룬 천재의 숙명이다. 오펜하이머에게는 이런 면이 부족했던 것 같다. 그를 질투하고 질시하는 이들을  그게 아니라면 철저하게 자신의 천재성을 최대한으로 발휘해서 주변사람들을 이용하는데 쓰면 된다. 천재도 주변에 이용할 사람도 없다면? 평소처럼 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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