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하고 싶어도 취해지지 않는 밤
생각하기도 싫은 과거와 이뤄질일 없는 한탄을 토해낸
어느 새벽
첫 차를 타고 집 근처 버스 정류장에 내렸다
플라스틱처럼 매끄러운 새벽
시간은 5시 36분
죽은 물고기 떠 있는 수조처럼 고요가 거리를 가득 채웠다
문을 닫은 슈퍼 입구를 덮은 비닐 장막이 제멋대로 펄럭였다
슈퍼 앞에서 대 여섯발자국 걸으니
먹다 만 빵빠레가 길 바닥에 처박혀서
보도블럭 모양으로
지그재그 흰색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가만히
흐르는
아이스크림
아무도 관심주지 않는
고요 속에서
사라지는 것
가만히 흘러서
무의미하게
사라지는
시간은 새벽 5시 41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