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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아 Mar 14. 2020

숫자 9


집 밖에서 집 안을 들여다 보는것보다

집 안에서 집 밖을 내다 보는 일이

더 좋다고


이 말은 

네가 한 말인지 

내가 한 말인지

기억이 흐리다


'노랫소리가 들리면 행복한 줄 알아'


다만


물만 주면 자라는 대파도 사는데

나를 닮은 그림자는

흙에 고개를 처박았다


우리가

다시 내가 되는 순간

예정도 없이

그림자 위로 축축한 비가 내렸다


속이 비어있으면 

조심하라고

너는 가만히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서늘한 손가락 사이

퍼석퍼석한 조각이 시간처럼 흘렀다


설산 위에 남겨진

유일한 발자국처럼

정갈한 마침표를 꿈꿨지만


숫자를 9까지 세면

잠이 오면 좋겠다고

가만히 숫자 9까지 세고 또 세는 밤


하나 넷 둘 다섯 일곱 여섯 여덟 

그리고 숫자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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