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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아 May 22. 2020

고개


고개를 돌리면 한 가지 방향이 뚜렷해진다

눈을 감으면 쉬운 문제가 

고개를 돌리면 어려워진다


십자가를 그리면

정갈한 숫자들이 떠오른다

해수면이 상승하면 인구는 줄어든다


1사분면에 적힌 불행이라는 글자를 지운다

말을 더듬으면 떠오르는 단어는 횡설수설이다

논리정연한 너의 눈썹이 나를 비웃는다


혼자만의 느낌을 오해라고 부른다

나는 빈 그네에서 허공을 향해 발차기를 하던 시절을 떠올렸다

노란 리본을 맨 소녀가 고개를 저었다


때에 따라 부는 슬픔에 고개를 숙인다

내 마음에 부는 바람이 외로움처럼 생겼다

나무 안에 고독이 차면 옹이가 진다고 들었다


이제 다시 불행을 써본다

하나도 불행하지 않은 느낌이다

까끌까끌한 티라미수처럼 맹맹한 고추장처럼

어울리지 않는 모든 것들이

고개를 흔든다


흔들리며 빛나는 존재가 있다고 상상할까

고개를 넘으면

만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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