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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아 May 29. 2020

이를테면 사랑

감정을 물에 적시면 하얗게 물든다

비누에 비벼서 빨아버리면

다시 빨갛게 물든다

탁탁 털어서

축축하게 젖은 감정을 다시 입어 본다

이를 테면 사랑이다


버스 창가에 내리 쬐는

햇살이 따스하다

지나가는 감정이었을 것이다


녹아 내릴 듯한 내 마음 같은

노을을 바라보면서

메말라가는 것을 느낄 때가 있었다

이를 테면 어둠이다


사라져버린 목적어들을

피다 만 프리지아 사이에서 발견하는 순간

다시 기쁨이 이었을 것이다


바짝 말라버린 옷을 하나 둘 씩 벗어본다

아무리 벗어도

가벼워지지 않는 

새벽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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