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물에 적시면 하얗게 물든다
비누에 비벼서 빨아버리면
다시 빨갛게 물든다
탁탁 털어서
축축하게 젖은 감정을 다시 입어 본다
이를 테면 사랑이다
버스 창가에 내리 쬐는
햇살이 따스하다
지나가는 감정이었을 것이다
녹아 내릴 듯한 내 마음 같은
노을을 바라보면서
메말라가는 것을 느낄 때가 있었다
이를 테면 어둠이다
사라져버린 목적어들을
피다 만 프리지아 사이에서 발견하는 순간
다시 기쁨이 이었을 것이다
바짝 말라버린 옷을 하나 둘 씩 벗어본다
아무리 벗어도
가벼워지지 않는
새벽이
또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