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열고
노을을 검색한다
시신경을 자극하는 저 아름다운 빛들이
어둡게 변하는 순간만
저장
반지하의 창문을 열면
반쪽짜리 세계가
눈부실 때가 있다
지상의 공기는
메말랐다
축축한 화장실에서
베갯잇을 벗겨
손빨래를 하다가
얼굴에 튄 비누거품이
서늘하다
가짜 노을을 찾아보는 일
불행을 감당하는 일
읽을 수 없는 언어로 쓰인 책을 보는 일
낯선 외로움과 친해지는 일
반지하 계단을 오르는 일
노을이 어둠으로 바뀌는 순간을 지켜보는 일
삶이 말을 걸면
거짓말하고 싶은 용기가 사라진다
바람에 책장이 넘어가는 것을 바라보면
호흡이 가쁘다
야 노을이다
나는 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