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게 말하면
아무렇게 말하는 인간이 되지
소는 음메하고 울지만
너는 입을 다물지
한 여름, 패딩을 입고 돌아다니면서
소리 치는 남자를 봤지
펄럭있는 패딩 자락 안을
상상하는 일은 하지말자
푹 쓰러진 간판을 보면
아무런 감정을 품지 않으려고 애써
노력해도 안되는 것이 있지
저 간판도 쓰러지고 싶지 않았을거야
아무렇게나 하는 말은
아무렇게나 들리기 마련이야
설명은 구차하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차가운 땀을 흘려
우주의 시작에 대해서 말해봐
그럼 맨하탄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거리는
엄마는 왜 아빠를 사랑했을까
독버섯을 먹고 왜 안죽지
아무렇게나 하는 말이
아무렇게 풍경을
흔들어 놓을 때
바람이 부는 계절
바람이 불지 않는 계절
우울했던 계절
우울과 상관없는 바람이 불지 않는 계절
시련과 고비와 간절함이 몰아쳤던 바로 그 계절
아무 의미없는 커피를 식히는 계절
계절 그리고 계절
좋지 않은 습관이 부는 계절
계절이라고 이름 붙은 계절
모두가 행복한 계절
바깥을 나갈 수 없는 계절
계절이 다시 계절이 되는 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