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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아 May 14. 2020

어떤 환상


대답을 하면 말대꾸를 한다고 뺨을 맞았어

그 사람은 내가 미운가봐


뺨을 때리고 나가버린 그 사람의 등이

불쌍하면

난 아픈걸까


편의점 냉장고 속 얼음컵을

뺨에 대면

수족관이 생각 나

맑고 고요한 소리가 없는 세상

그 어둠 속에서 들리는 숨소리


책상에 앉아서 네가 써준 포스트잇을 읽어

글자가 흘러내려 

잘 보이지 않아


매연에 찌든 비둘기처럼 기분이 어두워

보도블럭에 걸터 앉아있는 사람을 보면

등을 발로 차고 싶어


때리지 않았던 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니 맞지 않았던 때야


A는 거짓이고

B는 거짓말이야

말은 힘이 없어

B는 횡설수설이고

A는 다시 거짓이야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나뭇가지는 부러져

추운 날씨가 나무를 차갑게 얼리면

아름다운 눈꽃이 돼


당신의 빈틈없는 무감각이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는 길이 될까

아니면

또 다른 착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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