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어떤

북어탕

by 박아

밤새 비가 오고 비가 지운

어제가 파란 하늘로 남은 날입니다

쌓인 하늘 위에 구름이 켜켜히 빛나고

구름 위에 구름과 구름 아래 구름이 떠있는 날입니다


빗물을 담은 숲 속의 그늘은

빛나는 하늘을 닮고

그림자와 속이 빈 밤송이가 데굴데굴 굴러다니고

밤송이 사이에 샛노란 산국이

나의 그늘을 들여다 보는 날입니다


당신이 걸은 그 길을 작은 산새들이 걷고

산새가 걸었던 공기가 흔적을 덮고

올라왔던 길 위에 돌멩이가 다시 굴러내려가며

새로운 흔적을 남긴 날입니다


바짝 마른 북어가

나의 부끄러운 뺨과 닮았다는 생각을 했던 날입니다

촉촉히 젖은 북어의 뼈를 바르고 뱉으며

부지런히 움직이는 혀 사이로

부질없는 보고픔이 국물로 흘러

짠맛들 사이로 맴돌았던

그 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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