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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아 Dec 26. 2020

북어탕

밤새 비가 오고 비가 지운

어제가 파란 하늘로 남은 날입니다

쌓인 하늘 위에 구름이 켜켜히 빛나고

구름 위에 구름과 구름 아래 구름이 떠있는 날입니다


빗물을 담은 숲 속의 그늘은

빛나는 하늘을 닮고 

그림자와 속이 빈 밤송이가 데굴데굴 굴러다니고

밤송이 사이에  샛노란 산국이

나의 그늘을 들여다 보는 날입니다


당신걸은 그 길을 작은 산새들이 걷고

산새걸었던 공기가 흔적을 덮고

올라왔던 길 위에 돌멩이가 다시 굴러내려가며

새로운 흔적을 남긴 날입니다


바짝 마른 북어

나의 부끄러운 뺨과 닮았다는 생각을 했던 날입니다

촉촉히 젖은 북어의 뼈를 바르고 뱉으며

부지런히 움직이는 혀 사이로

부질없는 보고픔이 국물로 흘러

짠맛들 사이로 맴돌았던

그 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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