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비가 오고 비가 지운
어제가 파란 하늘로 남은 날입니다
쌓인 하늘 위에 구름이 켜켜히 빛나고
구름 위에 구름과 구름 아래 구름이 떠있는 날입니다
빗물을 담은 숲 속의 그늘은
빛나는 하늘을 닮고
그림자와 속이 빈 밤송이가 데굴데굴 굴러다니고
밤송이 사이에 샛노란 산국이
나의 그늘을 들여다 보는 날입니다
당신이 걸은 그 길을 작은 산새들이 걷고
산새가 걸었던 공기가 흔적을 덮고
올라왔던 길 위에 돌멩이가 다시 굴러내려가며
새로운 흔적을 남긴 날입니다
바짝 마른 북어가
나의 부끄러운 뺨과 닮았다는 생각을 했던 날입니다
촉촉히 젖은 북어의 뼈를 바르고 뱉으며
부지런히 움직이는 혀 사이로
부질없는 보고픔이 국물로 흘러
짠맛들 사이로 맴돌았던
그 날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