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어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아 Feb 02. 2020

전철의 비밀

동대문운동장까지 몇 정거장 남았는지 자꾸만 물어보는 할머니와

계단에서 넘어져 한없이 뒤로 구르는 아이를 바라보는 할아버지와

팩 소주를 마시면서 과도로 배를 깎는 아저씨와

오지 않는 열차를 기다리며 숨어있는 내가 엉겨 붙었다


항문처럼 닫혀있던 문이 열리고 시원하게 쏟아졌다 

다시 고요해진다

오늘은 혐오하지 말아야지

다짐하는 동안


핑크색 의자에 앉은 그의 유튜브 소리는 점점 커진다

대통령을 구해야 한다고 고래고래 악을 쓰던 목소리는 

'슈퍼챗 만원 감사합니다'

공손하게 인사한다


사람은 돈 앞에 불공평해 

나는 불평하지 말아야지


부끄러워서 부끄러운데

오지 않아서 부러운데 

유튜브는 배우고 블루투스 이어폰은 못 배운 그가

씨익 미소를 짓는다


아무것도 이해하지 말아야지

아무것도 이해하지 말아야지





keyword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