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어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아 Jun 29. 2022

하루 종일 마약

마약 씨는 담배를 피우다 말고 침을 뱉는다

마알간 침이 떨어지는 순간이 막연하다

마약 씨는 바다를 보러 가고 싶어 했다

비어있는 바다는 눈물과 닮았다고 말했다

마약 씨는 사람을 싫어한다

사람을 싫어하는 인간이 마약 씨를 본다


마약 씨는 멈춰있는 시간이 많다

지긋한 시선이 마약 씨의 가슴에 잠시 머문다

마약 씨는 갇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쇠창살처럼 내리는 비가 마약 씨의 창문을 두드린다

마약 씨의 하루를 들여다보면 슬픔과는 상관없어 보인다

다만 마약 씨가 베어 문 사과의 자욱이 저리다

마약 씨는 자주 해석에 반대하고 가끔 사람을 그리워한다

뿌리가 잘려나간 꽃처럼 불분명하게 곱다

마약 씨의 새벽은 길고 길다


그 새벽을 채우는 것은 청량한 고독이다

마약 씨는 자주 친구들을 열받게 만든다

마약 씨의 멍든 자리가 그래서 더 쓸모없다


마약 씨의 기억은 여기까지

잠들지 못한 마약 씨와 잠이 든 일기가 빨갛게 물들


다만 나와 마약 씨의 기억은 저기까지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한여름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