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클렌저는 시트러스향 좋아해요
아이의 알림장에서 본 내일의 준비물.
칭찬 샤워 준비해 오기.
칭찬 세례도 아닌 칭찬 샤워라니 알림장을 확인하고 나서 아이의 칭찬을 떠올리기도 전에 나도 그 샤워를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셀프로 올 한 해 애쓰며 살아온 나에게 시원하게 칭찬 샤워를 해 주련다.
1. 건강하게 보냈다.
몸과 마음의 건강에 이상이 있었지만 다 지나 보내며 회복했다.
2. 다이어트에 성공했다.
워낙 낮은 목표 감량이었지만 성공한데 의미를 두기로 했다.
3. 꾸준히 배웠다.
새로운 악기를 연주해보고 싶어 시작한 바이올린 레슨을 빠지지 않고 갔다.
4. 열심히 집밥 해 먹었다.
나도 남이 해준 밥이 좋지만 내가 해준 음식을 좋아해 주는 가족들이 있어 부지런히 요리했다.
5. 인스타그램을 멀리했다.
틈만 나면 들여다보던 다른 사람의 한 컷짜리 일상을 멀리하고 끌리는 대로 책을 읽었다.
6.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남들보다 풍부한 경험치나 차고 넘치는 특별함이 없지만 글을 쓰기 위해 좀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됐다.
7. 다이어리를 썼다.
기억하느라 애썼던 나의 지난 일상을 꾸준히 기록했다.
칭찬의 문턱을 낮추니 칭찬 샤워로 물 낭비 좀 할 만큼 끝이 없어 보인다. 이 정도면 칭찬의 문턱이 낮아진 게 아니라 문턱이 없는 것이다. 더 쓰고자 하면 십 수 가지 더 쓸 수 있겠는데 나는 또 겸손의 미덕을 아는 사람이니까 이쯤 해서 칭찬 샤워를 마쳐야겠다.
작년과 다르게 여러 가지 시도를 했고 그것들을 꾸준히, 부지런히라는 표현을 쓸 수 있을 정도로 몸소 행했다. 복잡한 일상에서 크고 작은 일들이 끊이지 않는 것은 여전한데 왜 올해 더 몸부림쳤을까 싶다. 힘들고 지쳐 몸에서 신호가 오고 혼자 어디론가 도망처 버리고 싶은 날들이 많았다. 이런 부정적인 감정들은 아이에게 향할 때가 많았다. 아이는 사랑만으로 쑥쑥 커도 부족한 시기에 내 눈치를 살피는 날이 많아졌다. 내 감정을 아이에게 쏟아내고 나면 매번 뒤돌아 후회할 거면서 순간을 다스리지 못한 것을 자책하는 거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힘들고 어렵다 느껴지는 마음을 글로 써보는 것을 시작했다. 좋고 예쁜 말들만 기록하고 싶었지만 쏟아 내며 쓰고 싶은 것들은 그런 것들이 아니었다. 힘들면 힘들다고, 즐거우면 좋았다고 쓰기 시작했다. 쓰는 순간만큼은 스스로에게 솔직하고 자유로워졌다. 부정적인 감정을 쏟아내듯 쓰고 나니 좋은 감정들도 써지기 시작했다. 사소한 행복도 글로 적다 보니 이제야 행복하게 살아가는 법을 조금 알 것 같다.
자화자찬의 칭찬 샤워를 했으니 내일은 일 년을 결산하는 반성 샤워를 해야 하나 싶다. 대충 떠올려도 너무 많아 무엇부터 반성해야 할지 머릿속에서 엉키고 난리가 났다. 반성의 문턱은 많이 높여야 할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올 한 해 애써온 스스로에게 칭찬 샤워하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
P.S 초등학교 2학년이 받은 칭찬 샤워
수학 학원을 다닐 필요가 없겠다는 부러움 섞인 칭찬에 현웃이 터졌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