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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나 Dec 15. 2023

미라클모닝, 오늘도 실패

22일째 도전 중이라고요

오늘도 실패다. 미라클모닝 말이다.

5시가 조금 넘은 새벽, 휴대폰 알람은 설정해 놓은 것처럼 연달아 울렸다. 눈도 못 뜬 채 더듬더듬 휴대폰을 찾아 알람을 멈췄다. 그 후로 5분 주기로 몇 번 더 울리는 알람을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완전히 멈춰 버렸다. 이것들을 눈을 뜨지도 않고 해낼 수 있는 것도 재주라면 재주일까. 그렇다면 나는 이 구역의 재주꾼. 이렇게 알람을 계속 외면하다가는 미라클모닝 실패가 아닌 오늘 하루의 실패가 될 거 같아 억지로 몸을 일으킨다. 그렇게 오늘 아침도 미라클 모닝은 실패했다.


브런치에서도 미라클모닝에 대한 글을 쉽게 읽어 볼 수 있다. 대부분 미라클모닝의 장점, 그러니까 이 장점도 미라클모닝을 실천하면서 체득한 성공담들이 많다. 그렇게 널리고 널린 미라클모닝 성공담 속에 난 실패담을 쓰고 있다.  


근 3주째 도전 중이다. 이 중에 3일은 성공했다. 남편이 이 정도면 미라클모닝을 시도하는 게 아니라 그냥 평소처럼 사는 거 아니냐고 한다. 아니야. 나 미라클모닝 하고 있는 거 맞아...

허락을 구하거나 누구에게 보고 할 것도 아닌 온전히 나 혼자 하는 것이기에 도전도 내 마음대로 실패도 내가 정한다! 미라클모닝이 뭐라고 비장한 마음으로 도전해야 하는 것인지, 어째 마음만 비장하고 몸은 따로 노는 것인지 싶다. 어쨌든 난 22일째 미라클모닝에 도전 중이다.


갑자기 왜 미라클모닝?

한 때 미라클모닝은 나 빼고 다 하는 것처럼 유행의 광풍이 불었다. 그땐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아침잠이 없는 사람들이나 하는 것인 줄 알았다. 이른 새벽부터 열심히 살기엔 이미 한낮과 다 저녁까지 열심히 살고 있었다. 일상이 바쁘다 보니 어깨엔 늘 곰 두 마리가 올라가 있는 것 마냥 만성 피로와 한 몸이었고 이런 나에게 잠은 보약이었다. 잠이란 보약마저 마시지 않으면 곧 죽을 거 같았다.


주변에서 미라클모닝 같은 거 안 해도 바쁘고 알차게 살고 있지 않냐고 한다. 알아주니 고마운 마음에 눈물이 다 난다. 아침저녁엔 살림과 육아로, 낮 시간에는 직장에서 빼곡한 하루를 보낸다. 아침에 눈을 뜸과 동시에 발바닥 불나게 출근과 아이의 등교 준비로 동동 거린다. 회사에서는 종일 메일함과 팀원들과 씨름하며 업무 처리를 한다. 물론 업무 PC로는 차단되어 접속 불가한 각종 SNS도 휴대폰으로 부지런히 들여다본다. 이렇게 틈틈이 온라인 쇼핑도 하며 딴짓도 한다. 퇴근 시간이 되면 1분이라도 더 빠른 도착을 위해 최단 거리 환승 구간을 거치며 현관문으로 골인한다.


아이를 낳고 휴직과 복직을 하며 앞만 보고 달리는 중이다. 안타깝게도 골인 지점은 보이지 않는 느낌이다. 엊그제 친구들과 수다 떠는 단톡방에서 난 왜 이렇게 삶이 바쁜지 모르겠다고 푸념을 했다. 쉬고 싶은데 죽어서 관 뚜껑이 닫혀야 쉴 수 있을 것 같다고 허튼소리도 했다. 누군들 아이가 한창 자라고 사회 생활 할 나이에 바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솔직히 정말 바쁜 사람들에 비하면 난 바쁜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바쁘고 피곤하다며 왜 하려 하는데?

어쩌면 미라클모닝보다 미라클이브닝을 하는 게 맞는지도 모른다. 꿀잠을 자다가 힘겹게 일어나는 것보다 그냥 눈 뜨고 깨어 있는 시간을 더 길게 쓰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미라클이브닝을 시도해 봤다. 모든 일과가 끝나고 내 시간 좀 갖으려고 식탁에 앉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이 녹아내린다. 하루의 긴장이 다 풀린 그 시간은 몸에서도 그만 쉬라고 하는 것 같았다. 생각보다 변수도 잦았다. 남편이 평소보다 늦게 퇴근하거나 아이가 늦게 잠든 날, 저녁 약속이 생기는 날 등. 반면 이른 아침엔 남편과 아이도 잠들어 있고 누군가 만날 약속도 없다. 그저 현관문 앞에 조용히 다녀가시는 새벽배송 아저씨들만 있을 뿐이다.


일상이 바쁘다는 이유로 미뤄둔 것들, 그리고 마음속 계획으로만 품고 있는 것들을 실천하려면 아침 시간 사수 말고는 길이 보이지 않았다. 낮에 주어지는 직장 내 점심시간을 한 시간을 알차게 써볼까도 생각했었다. 그렇게까지 갓생을 살다가는 내가 곧 GOD에게 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침 시간을 사수하려고 한다. 다들 비슷한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나에겐 수면 시간은 평소처럼 유지하되 일찍 잠들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그래서 계속 실패를 맛보는 중이다.


매일 도전하고 매일 실패한다.

언젠가는 성공하겠지, 그래서 반드시 브런치에 새벽 글쓰기를 해봐야지, 하고 다짐한다.


반복되는 실패에 내가 혼자 하려니 어려운 건가 싶었다. 그래서 두 명의 절친에게 카톡으로 슬쩍 제안했다.


"얘들아, 한 때 유행했던 미라클모닝이라고 들어봤지? 새벽 시간을 쓰면 할 수 있는 게 더 많아질 거 같은데 우리 같이 미라클모닝을 해보지 않으련?"


"응, 안 해. 못할 거 같아.ㅋㅋ"

"나도 안 할래, 알잖아 나 아침잠 많은 거."


"응 그래ㅋㅋ"


단호박 같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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