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부여, 참 어렵군요
2학년에게 받아쓰기란.
우리 아이의 학급에서는 매주 수요일 한글 받아쓰기가 있는 날이다. 학기초에 받아쓰기 급수표를 받았고 매주 한 단계씩 연습해 간다. 1학년때보다 문장도 제법 길어지고 부호도 있고 내가 봐도 헷갈린 띄어쓰기도 있다. 아이의 받아쓰기 연습을 지켜볼 땐 나도 배우는 시간이 된다. 이번주 받아쓰기를 치르고 온 날 저녁 결과가 궁금해 살짝 돌려 물었다.
"반 친구들 다들 받아쓰기 연습 잘 해왔지?"
"응~ 나도 다 맞고 몇 명 빼고 거의 다 백점이야."
"우와~ 너네 반 친구들 진짜 준비 잘해온다. 멋있네 2학년 4반!"
아이의 기특함에 칭찬을 듬뿍해준다.
"엄마, 근데 OO 이는 커닝페이퍼 보다 걸렸어"
"뭐?ㅋㅋ"
아이반 친구 중 한 명이 받아쓰기 커닝페이퍼를 만들어왔고 그것을 시험 도중 보다 담임 선생님께 들켰단다.
"선생님 화 많이 나셨겠는데?"
"아니~ 선생님 화 안냈어. 아무 말도 안 했어. 그냥 뺏어서 찢어버렸어."
'그게 화내신 거야...' (아들의 눈치는 언제 생기나요)
저학년이 받아쓰기 커닝페이퍼라니 귀엽고도 놀라웠다. 어떻게 받아쓰기 커닝페이퍼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나름 실력을 드러내는 시험이니 부담이 컸던 것일까. 아들이 이어서 말했다.
"엄마, 나는 OO이가 커닝페이퍼 만든 거 이해가. 왜냐면 걔네 엄마가 받아쓰기 100점 맞아오면 핸드폰 사준다고 했데! 근데 OO 이는 평소에도 30점, 40점을 맞는데 어떻게 갑자기 100점을 맞아! 그러니까 커닝페이퍼 만든 거지!"
이것도 논리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아이의 주장은 친구 엄마가 조건을 내세웠기 때문에 친구가 그런 행동을 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컨닝페이퍼를 만든 친구보다 받아쓰기에 조건을 내세운 친구 엄마가 잘못한 거 같다고 했다. 듣고 보니 왜 또 틀린 소리ㅏㄱ 아닌거 같지. 알맞은 동기부여는 아닌 거 같은데 집집마다 사정이 있을 테니 그 엄마의 조건도 나름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아이가 마저 말한다.
"아니 그렇잖아 엄마, 조건을 다는 게 이상하지, 핸드폰 그냥 사주면 되는데!"
그렇다. 이 말이 하고 싶었나 보다. 요즘 우리 아들 초미의 관심사는 핸드폰이다. 산타 할아버지에게도 뒤늦게 편지를 썼다. 사실 올해는 특별히 받고 싶은 선물이 없었는데 생각해 보니 자기도 이제 핸드폰이 있어야 할 거 같다고. 그래서 올해는 핸드폰을 선물해 주었으면 한다고 열심히 썼다. 모델명도 적었다.
아이폰 S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