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의 삶'을 읽고
더운 여름 약속이 있는 날 조금 일찍 도착하여 근처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며 책을 구경하고 있었다.
서점에 들어서자마자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기분이 좋아졌다.
딱히 책을 사려고 들어간 건 아니었지만 책을 구경하다가 김영하 작가의 '단 한 번의 삶'을 마주하게 되었다.
제목에도 눈길이 갔지만 책 띠지에 '여행의 이유 이후 6년 만의 산문'이라는 말에 인상 깊게 읽었던 '여행의 이유'가 떠올라 책을 집어 들게 만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나는 주로 제목이 끌리는 책이면 고민 없이 구매를 하는 편인 것 같다.
물론 내용이 생각보다 내가 흥미를 가지고 읽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제목을 보고 떠올렸던 궁금증이나 기대하는 정보를 생각하며 읽다 보면 조금이라도 인상 깊은 부분을 발견하게 되고 그렇게 하나라도 얻는다면 그 부분으로 인하여 만족하는 편이다.
'단 한 번의 삶'이란 제목은 단 한 번의 삶을 어떻게 활용해야 알차게 보낼 수 있을지 기대하게 만들었다.
'인생은 일회용으로 주어진다.'는 책의 첫 문장은 내가 책을 읽는 내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지금까지 일회용은 말 그대로 한번 사용하기 위한 용도이고 쓰고 나면 버리다 보니 인생과는 멀다고 느꼈지만 삶은 게임처럼 코인을 넣어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게 아닌 한 번 밖에 없다는 점에서 일회용이라는 게 가장 먼저 꽂히게 되었다. 그렇지만 항상 내일이 있고 어제도 살았기 때문에 일회용이란 표현이 맞을까 일회용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되돌아봤다.
일회용 컵, 일회용 젓가락, 일회용 숟가락 그 어떤 것도 정말 딱 한 번 사용하고 버리는 건 없었다. 사용하게 된 목적을 이룰 때까지 반복적으로 사용한다. 심지어 잘 씻어서 다음에 또 사용하기도 한다.
단 한 번의 삶도 목적을 이룰 때까지 반복하여 살아가기에 어제가 있었고 오늘을 사용하고 있고 내일도 사용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어떤 목적으로 일회용의 삶을 사용할지,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해보아야 한다.
나는 하고 싶은 일은 정말 많다. 클라이밍도 배우고 싶고 바이올린도 배우고 싶고 책도 출간하고 싶고 창업도 해보고 싶다.
삶의 목적이라면 구체적이면 좋겠지만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 우선은 '하고 싶은 일은 모두 해보기'가 목적이 되었다.
김영하 작가님도 이 책을 처음 쓰기 시작할 땐 제목을 '인생 사용법'으로 정하였지만 작성을 하며 '단 한 번의 삶'으로 바뀐 것처럼 살아가며 목적도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중요한 건 바뀔지도 모르지만 지금 당장의 목적이 있다는 게 중요하지 않은가 싶다.
일회용품도 우선 포장지를 뜯어야 사용하기에 가벼운 목적으로라도 인생의 포장지를 뜯어 사용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