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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물고기 Feb 11. 2024

누구 탓하지 말기

교사 에세이

올해 교과전담을 맡았던 6학년들이

졸업을 앞두고 있었다.

마지막 시간이라 잔소리 겸 덕담을 해보기로 했다.

중학교 가는 기분이 어떠냐며

설레는지 걱정되는지로 운을 떼고선

내가 한 첫마디는 “누구 탓하지 마라”였다.


지금까지의 성적과 나는 잊고 리셋버튼을 누른 것처럼

중학교에 가면 새롭게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가기 시작할 때다.

지금껏 공부를 잘했으면 하던 대로 계속 잘하면 되고

못했어도 절대 늦지 않았다.

이제부터 하면 된다.

고교학점제며 학종이며 입시를 대비하기 위해선

중학교 동안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반드시 찾아라.

부모 탓, 선생님 탓, 사회제도 탓 하지 않도록

자기 인생은 자기 꺼니까 선택에 후회 없도록

새 도화지에 밑그림을 그려가라.


초등학교 졸업과 중학교 입학을 앞둔 어수선한 마음에

흩날릴 잔소리라는걸 알면서도

한두 명이라도 진지하게 새겨듣기를

바라면서.

마흔 가까이 살면서 보니

주변에 후회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의외로 진로에 관한 것들이다.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보단

남들이 좋다고 하거나 부모나 선생님이 권해서

혹은 돈을 많이 벌어서 선택한 진로를

뒤늦게 후회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생긴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것이

‘누군가’를 탓할 상황을 피할 수 있게 해 준다.

난 어떨 때 행복한지

난 어떤 가치를 중요시하는지와 같은 것들.

무엇을 포기할 수 있고

무엇을 포기할 수 없는지.


아이들이 후회 없는 인생을 살길 바란다.

물론 후회할 일도 인생에 분명 보탬이 되지만

이왕이면 많이 돌아가지 않고 가까운 길로

자신의 길을 찾았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시대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표준화된 학벌, 직업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자기만의 빛깔을 내고

그 빛깔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많다면

그게 바로 성공인 시대.

이미 벌써 그런 시대를 살고 있는 것 같다.


이제 중학교를 가는 아이들에게

어떤 인생들이 펼쳐질지 기대가 된다.

이 아이들은 자신이 새 도화지를 가지고 있다는 걸

그곳에 어떤 미래도 그릴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을까?

부디 누군가의 탓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멋진 인생을 설계하기를 바라며

잔소리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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