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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물고기 Mar 29. 2024

시험지에 담긴 예쁜 마음

교실 이야기

국어 1단원이 끝나서 간단히 단원평가를 보았다.

성적에 반영되는 평가는 아닌 터라

문제를 풀고 바로 앞뒤로 바꾸어 채점을 했다.

시험지에 점수를 계산해서 채점한 친구가

앞에 점수도 적어주고

본인이 확인한 후에 시험지를 걷었다.

한 장씩 확인하던 중에 100점을 맞은 친구에게

축하한다는 메모를 남긴 것을 발견했다.

슬며시 미소가 번졌다.

(내 기준에서)그렇게 큰 일도 아닌 일에

축하한다는 표현을 쓴 것과

타인의 잘됨을 기뻐하며

축하해 주는 순전한 마음


점수가 매겨지는 순간부터였나

나는 그저 경쟁 속에서 살았던 것 같다.

1등 아니면 1등 언저리라도 되어야 안도했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의 100점을

편하게 축하해 본 적이 기억조차 없다.

나의 각박했던 유년기여.

4학년의 나는 벌써부터

그런 마음의 여유조차 없었던 것 같다.


타인의 슬픔을 위로하기는 쉬워도

타인의 잘됨을 축하하기는 어렵다.

우리 반 아이의 메모는 그런 의미에서

꽤 큰 울림이 되었다.

이 아이는 자라서 나보다 훨씬 더 큰사람이 되겠다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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