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에세이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얼마나 낭만적인 일인가
젊은 시절의 들뜸과 열기가 조금씩 가라앉고
나의 세포 하나하나에 기억이 새겨지는 일
하나씩 꺼내볼 추억이 서랍 켠켠이 채워지는 일
소녀는 젊은 여자가 되고 싶었다
더 정확히는
새파랗게 젊은 여자보다
약간 나이 든 여자가 되고 싶었다
축제가 끝난 뒤 텅 빈 광장에서
고요히 서 있고 싶었다
새빨간 장미보다
끝이 조금 바랜 5월의 장미처럼
농익은
나는 늙은 여자가 되고 싶다
아들이 너무 일찍 철들지 않도록
가끔 엄마를 찾을 때 곁에 있도록
아들의 자람과
아들의 아들의 자람을
지켜보고 싶다
세월의 흔적이 새겨진 얼굴로
머리카락이 센 남편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고
막걸리 한 잔 들이켜고 싶다
꽃사진이 가득한 사진첩과
비슷한 파마머리를 한 채
은근슬쩍 자식 자랑도 해보며
나의 아들들에게
짐이 되지 않을 때까지만
딱 그만큼만 늙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