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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불편한 선생님(?)

교실 이야기

by 무지개물고기

“선생님, 주말에 같이 한강 가요~

제가 한강라면 사드릴게요~”

준우가 애교를 부리며 말한다.

몇몇이서 주말에 한강 갈 약속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안전사고 책임 때문에 체험학습도 안 가는 추세에

이게 왠 날벼락같은 이야긴가 싶었다.

“안돼~그리고 너희들끼리도 안돼~ 성인 보호자 동반해서 가야지~”

“선생님이 보호자 해주세요~”

“아니, 선생님 말고 부모님 중 한 분이라도 가주셔야지 “

“부모님은 불편해요~ 이것저것 꼬치꼬치 물어보고~”

“그럼 선생님은 안 불편하니?”

“네~!!!”


당연히 안된다고 선을 그었지만

나는 올해 반 아이들 몇몇에게 “친구 같다”는

피드백을 들었다.

뭔가 만만하다는 건가 싶기도 해서

썩 달갑지만은 않은 말이다.

그런데 아이들의 표정과 말투로 보면

분명 좋은 의도인 것은 알겠다.

급식 먹고 교실로 올라가는 길에도 대충 이런 대화가 오갔다.

“선생님은 너무 착해요~“

“선생님한테 착하다는 거 칭찬 아니야 “

“선생님, 그럼 엄청 무서워요~ 화날 땐 엄청 무서운데 평소엔 친구 같아요~”

본인의 생각과 느낌이니 존중하기로 하고 그저 씩 웃고 말았다.



오후에 동학년 회의가 있어 동학년 선생님들과 만나

대화하던 중이었다.

개인공간이 나름 중요한 사람인데

아이들이 자꾸 내 자리로 너무 가까이 오는 바람에

바닥에 테이프라도

붙여놓아야겠다고 푸념을 했다.

그러더니 동학년 선생님은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으셨다.

“애들이 나한테 잘 안 오던데? 내 자리 오는 건

뭔가 잘못했거나 과제 덜했을 때

불려 오는 장소라 가까이 안 오려고 하나 봐~“


나는 그렇게 친절한 사람이 아니고

개인공간과 사색과 고요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아이들 앞에서 나는 다른 사람이 되는 걸까.

아니면 똑같은 나를 다른 시선으로 봐주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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