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지개물고기 May 10. 2024

그것 또한 너의 선택이기에

교실이야기

초등학교 교실은 마치 민원센터와 같다.

하루 종일 각종 질문들과 고자질과 갈등이 난무한다.

“선생님 수연이가 영어시간에 게임 규칙 안 지켰어요~”

“선생님 진영이가 방금 욕했어요~”

“선생님 누가 강낭콩 열매 뜯어갔어요~”

“선생님 혜진이가 수학 시험 볼 때 현주 시험지 본 것 같아요~”

그리고..

그리고.. 기타 등등이다.

수많은 민원의 홍수 속에서 쳐낼 건 쳐내고

쉬는 시간, 점심시간을 이용해 꼭 짚고 넘어갈

이야기를 한다.


민원 접수인이 되었다가

경찰관도 되었다가

검사도 되었다가

갈등중재위원회 소속도 되었다가

하는 식이다.

잘못과 실수를 인정하고 평화롭게 마무리가 될 때도 있지만

 cctv 나 판독기도 없는 교실에서

누군가 본 것과 들은 것을 부정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엔 말이 길어지고 설전이 벌어진다.

욕을 한걸 본 사람이 많은데 본인은 안 했다고 하거나

게임 점수를 조작(?) 하는 걸 제보가 있는데

그 사실을 부정하는 것과 같은 상황들이다.


이럴 경우에는 나는 금세 종결한다.

그것 또한 너의 선택이라고.

여기는 경찰서도 법원도 아니기에

추궁하고 굳이 진위를 밝혀내지 않겠다고.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아직 아이들은 착하기 때문이다.

범법행위라 할 만큼 큰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억지로 추궁하고 밝혀내려 하면 항변하려 하지만

저렇게 나가면 실제로 자기가 한 일일 경우

눈빛이 흔들리고 약간 불안한 기색이 비친다.


그리고 일장 연설을 한다.

사람은 매일 선택을 하며 살아가는데

어떤 선택을 할지는 개인의 자유라고.

양심을 지킬지 거스를지

규칙을 지킬지 안 지킬지

그런데 그 작은 선택들이 모여서

서로 다른 인생이 된다고 말이다.

이 말은 사실 무시무시한 말이라는 게

4학년에게도 전해지는지

잠시 숙연해진다.

언제나 너희에게 가장 좋은 선택을

하기를 바라.







작가의 이전글 행복한 돼지-헬린 옥슨버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