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이야기
초등학교 교실은 마치 민원센터와 같다.
하루 종일 각종 질문들과 고자질과 갈등이 난무한다.
“선생님 수연이가 영어시간에 게임 규칙 안 지켰어요~”
“선생님 진영이가 방금 욕했어요~”
“선생님 누가 강낭콩 열매 뜯어갔어요~”
“선생님 혜진이가 수학 시험 볼 때 현주 시험지 본 것 같아요~”
그리고..
그리고.. 기타 등등이다.
수많은 민원의 홍수 속에서 쳐낼 건 쳐내고
쉬는 시간, 점심시간을 이용해 꼭 짚고 넘어갈
이야기를 한다.
민원 접수인이 되었다가
경찰관도 되었다가
검사도 되었다가
갈등중재위원회 소속도 되었다가
하는 식이다.
잘못과 실수를 인정하고 평화롭게 마무리가 될 때도 있지만
cctv 나 판독기도 없는 교실에서
누군가 본 것과 들은 것을 부정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엔 말이 길어지고 설전이 벌어진다.
욕을 한걸 본 사람이 많은데 본인은 안 했다고 하거나
게임 점수를 조작(?) 하는 걸 제보가 있는데
그 사실을 부정하는 것과 같은 상황들이다.
이럴 경우에는 나는 금세 종결한다.
그것 또한 너의 선택이라고.
여기는 경찰서도 법원도 아니기에
추궁하고 굳이 진위를 밝혀내지 않겠다고.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아직 아이들은 착하기 때문이다.
범법행위라 할 만큼 큰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억지로 추궁하고 밝혀내려 하면 항변하려 하지만
저렇게 나가면 실제로 자기가 한 일일 경우
눈빛이 흔들리고 약간 불안한 기색이 비친다.
그리고 일장 연설을 한다.
사람은 매일 선택을 하며 살아가는데
어떤 선택을 할지는 개인의 자유라고.
양심을 지킬지 거스를지
규칙을 지킬지 안 지킬지
그런데 그 작은 선택들이 모여서
서로 다른 인생이 된다고 말이다.
이 말은 사실 무시무시한 말이라는 게
4학년에게도 전해지는지
잠시 숙연해진다.
언제나 너희에게 가장 좋은 선택을
하기를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