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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물고기 May 09. 2024

행복한 돼지-헬린 옥슨버리

그림책 이야기

부인 돼지 베르타와 남편 돼지 브릭스는

매일 평화로운 나날을 보낸다.

여물통 안엔 먹을 게 가득하고,

편안하고 따뜻한 초가집에서 머물며

신나게 뛰어 놀 과수원도 있는.

하지만 이 부부는 이 생활에 싫증을 내고 부자가 된다면

지금보다 더 멋지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거라고 믿는다.

어느 날, 둘은 보물이 가득한 상자를 발견해서 원하던 대로 부자가 된다.

비싼 차와 집을 사고, 화려하고 멋진 옷을 걸치고,

신문을 읽고 텔레비전을 보는

최고로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새 차를 몰고 시골길로 나갔던 브릭스는 자동차를 고치다

지쳐서 스패너를 버리고 집까지 걸어간다.

집에 도착하니 베르타의 새 요리 도구들이 말썽을 부려

집 안이 엉망이었다.

그날부터 돼지들은 되는 일이 없었다.

집도 정원도 돼지들도

모두 꼴이 엉망이었다.

마침내 두 돼지는 참을 수 없어

문 밖으로 홱 뛰쳐나간다.

두 돼지는 옷을 벗어던지고 전에 살던 과수원으로

들어가 진흙탕에서 한바탕 굴렀다.

마음 놓고, 자유롭게, 실컷 뒹굴고 노는 것이야말로

두 돼지가 날마다 하고 싶은 일이었던 것이다.

그날 밤, 두 돼지는 밤하늘을 쳐다보며

기쁨에 겨운 한숨을 쉰다

“우리 영원히 여기서 살아요.”

베르타가 브릭스에게 속삭인다.


부자가 되면 마냥 다 좋을 것 같았는데

격식을 차리며 그에 걸맞은 행동거지를 하느라

점차 시들해지고 그 생활에 염증을 느낀다.

물론 나는 부자가 되어보지 않았고

인간과 돼지는 다르기에

부자가 된다면 좋은 것들 또한 많다는 것을

부정하고 싶지 않다.

부자가 돼 보지 않고서

부자의 삶을 단정 짓는 것은

신 포도 이론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행복한 돼지의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한 행복인지 생각해 본다.

존 스튜어트의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 “

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이 그림책과 이 철학자의 말의 뜻은

다루는 내용이 다르지만 문득 떠올랐다.

나는 배고프기도 싫고 이왕이면 부자이고 싶은 소시민이다.

하지만 나는 짧은 생을 살다가

묘비에 “~하면 행복할 줄 알았지”라는

글을 남기고 싶지 않다.


이 글은 멋지고 화려하게 보이는 삶을

좇다가 나의 진짜 행복을 놓치지 않아야겠다고

조건부 행복을 허락하지 않고

지금 당장 행복해야겠다는 다짐이다.

어쩌면

내가 원하는 삶은 지금 다

누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행복은 먼 곳에 있지 않다는

뻔한 말로 이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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