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이야기
이 사진은 우리 반 석우의 글씨다.
석우는 두 달간 일관되게 교과서, 학습지, 독서록 등 모든 곳에 이 필체로 썼다.
4학년쯤 되면 이미 글씨체가 굳어(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스스로 의지를 다지지 않으면 고치기 힘든 편이다.
나는 석우의 글씨는 이런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날 독서록에
또박또박 글씨를 써놓은 것이 아닌가.
나는 글씨 good!이라고 빨간 색연필로 써놓고는
따로 불러 칭찬을 해주었다.
"야, 우리 석우 이렇게 글씨를 잘 쓰는지 몰랐네? 앞으로도 이렇게 써줘~~"
"글씨를 또박또박 쓰려면 힘이 많이 들어요~"
"그렇지~근데 또박또박 힘주어 쓰다 보면 그게 습관이 돼서 나중엔 힘도 덜 들 거야.
우리 반 교실 4층 올라오는 것도 처음엔 엄~청 힘들어하더니 요즘엔 별로 힘들이지 않고 잘 올라오잖아"
"(끄덕끄덕)"
그러고 나서 다음 주 독서록 글씨다.
내 말을 잊지 않고,
관성처럼 두 달여간의 글씨로 돌아가지 않고
한 획마다 힘을 주어 반듯하게 쓴 글씨엔
석우의 정성과 노력이 담뿍 들어가 있었다.
이번엔 조금 더 긴 칭찬과 격려를
포스트잇에 적어 붙여두었다.
무언가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조금씩 아니 어쩌다 한 번씩 확 변할 때,
나는 그런 아이들이 신기하다.
마치 원석을 다듬는 느낌이다.
어떤 아름다움을 마주할지 모르는
약간의 설렘을 안고
조물주는 아닐지라도
교사로서 아이들의 모난 부분을
조금씩 다듬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이 자리가 참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