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평범한, 아니 못생긴 여자가 살아남는 법

예쁘고 잘생긴 사람 싫어하는 사람 없다.

by 무지개물고기

초등학교 4학년 때다.

90년대 중반 성적표에 수우미양가로 찍히던 시절이다.

담임선생님은 내일 임원선거이니 출마하고 싶은 사람은 준비를 해오라고 하셨다. 무슨 동기였는지 모르지만 회장을 해보겠다고 선거문을 준비하고 연설연습을 했다. 선거 당일 평소에 안 입던 치마를 입고 심기일전하여 학교에 갔다. 선생님이 선거 후보자를 칠판에 쭉쭉 적어 내려 가셨다. 그곳에 내 이름은 없었다. 가방 안에 있던 연설문은 밖으로 나오지 못했고 쿵쾅거리던 심장박동 소리는 잦아들고 민망함으로 나도 모르게 귀가 빨개졌다. 그때의 감정과 기분은 마흔이 가까운 지금에도 가장 생생하게 기억나는 순간 중 하나일만큼 강렬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원하는 걸 세상은 호락호락 넘겨주지 않는다는 것을.

또는 그 기회조차도.

그리고 나는 원하는 것을 손에 쥐기 위해 공부하기 시작했고 그다음 해 당당히 회장이 되어 교탁 앞에 설 수 있었다.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는 것을 처음 경험했고 그 열매는 생각보다 달았지만 회장 타이틀은 막상 별게 아니었다. 대부분의 열매는 손에 닿기 전까지, 그리고 닿은 직후 가장 달다.

돌이켜보면 이 과정에서 공부의 재미 정확히는 공부를 잘함으로써 얻는 친구들의 선망과 인정, 원하는 기회 획득과 같은 단편적인 결과물들의 단 맛을 느꼈다고 본다.


그런데 고학년이 되자 공부 외에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교실 안에는 카스트 제도가 있었다. 아마 상위계급에 속하는 아이들은 되려 못 느꼈을 수도 있겠다. 소위 운동을 잘하거나, 외모가 뛰어나거나, 아이들의 관심사를 관통하는 영역에서 인싸일 경우 카스트제도의 상위 계급에 속할 가능성이 높았다. '얼굴값을 한다'는 표현처럼 외모가 뛰어나면 성격이 다소 까칠하거나 친절하지 않아도 많은 아이들의 관심과 선망의 대상이 되었고, 외모가 별로이거나 아니 못생기면 최소한 성격이라도 좋아야 아이들과 어울릴 수 있었다. 요즘엔 외모도 좋은 사람이 성격도 좋다지만 내가 관찰했던 90년대의 교실 모습은 그랬었다.


지금도 주제 파악을 비교적 잘하는 편인 나는 그 당시에도 본능적으로 내가 교실에서 중위계급이상으로 살아갈 길은 공부다라고 판단을 내렸던 것 같다.

요즘도 학교폭력 문제가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고 학교와 친구가 전부인 10대를 벼랑 끝으로 내몰아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도록 하기도 한다. 교실은 하나의 사회이다. 그래서 약육강식 또한 존재한다. 갓난아기라도 본능적으로 생존을 위한 행동을 한다. 하물며 10대에 접어든 나에게 '교실생존'은 중요한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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