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모두가 인싸일순 없잖아?!

by 무지개물고기

어렴풋이 초등시절에도 느끼긴 했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초등학교를 4개나 다녔는데 우연히 6학년 때 배우 문근영과 같은 반인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짝꿍이었는데 화이트데이나 빼빼로 데이 등 무슨 날만 되면 그 친구는 아침부터 쉬는 시간마다 교실 밖으로 불려 나갔고 포장된 초콜릿이나 빼빼로 혹은 선물 같은 것들을 한 아름 가지고 들어왔다. 책상과 서랍으로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물론 그런 류의 것들을 심지어 이성으로부터 하나도 받지 못하는 나는(전체 돌림 제외) 그런 풍경이 진귀할 지경이었고 예쁜 사람은 이런 대접(?)을 받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나 역시 예쁘고 잘생긴 사람이 좋다. 외모 역시 자산이었다.


외모자산이 없었던 나는 적극적이고 좋은 성격이 되어야 했다. 본래 내 성격은 요즘 유행하는 MBTI로 보자면 I이다. 외모가 뛰어났다면 조용하고 소극적이었어도 신비주의 콘셉트로 한 겹 포장되어 호기심의 대상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쪽 노선이 아님이 명확했다. 예습도 열심히 해서 발표도 적극적으로 하고, 시답잖은 썰렁한 농담이라도 건네서 아이들의 웃음 포인트를 건드리기도 했다. 난 지금 생각해도 극 이기주의적 성향이지만 배려라는 것도 의식적으로 했던 것 같다. 예쁘지는 않지만 그래도 '공부 잘하고 서글서글한 애'라는 네이밍은 노려볼 수 있었다. 전교회장도, 옷을 잘 입는 애도, 집안이 좋은 애도, 예쁜 애도, 춤을 잘 추는 애도 아니었지만 순전히 내 노력으로도 얻을 수 있는 포지션은 있었다. 발표를 열심히 하는 것, 시험을 잘 치는 것, 독서골든벨에 반 대표로 나가 성과를 내는 것 정도가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이었다.


그랬던 나였기에 큰 의미 없는 중학교 반배치고사도 좋은 성적으로 치렀고, 반장으로 당선되기도 했다.

하지만 열네 살, 열다섯 살의 소녀는 여전히 공주님들이 부러웠고 짝을 바꾼 후 괜히 심통을 부리는 남자짝꿍에게 들은 "못생겨서"라는 워딩과 그 표정은 마흔이 돼 가는 지금도 또렷하다.


사회생활이란 애나 어른이나 힘든 법이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어른이 되어 좋은 점 하나가 있다면 결이 맞지 않는 관계를 인위적으로 끌고 갈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학교에서 고군분투하며 생존에 애썼던 나는 교사가 되어 여전히 학교에 있다. 학교에서 예전의 나처럼 고군분투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안쓰럽기도 하다. 장난기로 무장한 아이들, 사회성은 떨어지지만 박학다식한 아이들, 거친 말을 농담처럼 주고받는 아이들, 상처받아도 상처받지 않은 척하는 아이들, 있는지 없는지 모를 만큼 조용한 아이들, 교우 관계로 불면증에 시달리고 학교에 오기 싫은 아이들, 공부도 못하고 숫기도 없어 은근히 무시받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격려한다.


지금 주목받지 않아도 된다고 10대의 긴 터널을 지날 때까지 무사히 많이 상처받지 않고 살아 있어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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