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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남자아이에게 티니핑이란

일상 에세이

by 무지개물고기

올해 초등학교 5학년, 2학년인 두 아들은 요즘 티니핑에 빠져있다. 티니핑 피규어를 가지고 역할놀이도 하고 자기 전에 둘이 침대에 누워 티니핑 대화를 나누다 잠든다. 초등학생이, 그것도 남자아이가 티니핑을 좋아하고 심지어 완구를 사서 놀기까지 한다니 아주 평범한 일은 아니다. 둘이 조금씩 취향은 다르지만 어릴 때부터 뽀로로, 타요, 터닝메카드와 공룡메카드, 카봇, 페파피그, 마이리틀포니 등을 거쳐왔다. 하지만 첫째 기준으로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 티니핑을 좋아할 줄은 몰랐다. 문제집을 하나 끝내고 나면 선물을 하나 사주곤 하는데 최근에도 이마트에 가서 티니핑을 골랐다. 혹시 아는 사람이라도 만날까 봐 걱정이 되는지 5학년인 첫째는 고르고 나서 계산대를 거쳐 주차장에 갈 때까지 나에게 티니핑을 맡기려고 했다. 그 덩치의 남자아이가 티니핑을 들고 가는 게 부끄럽다고 생각한 것 같다.

어제도 동네 이마트에 가서 용돈으로 티니핑 완구를 하나씩 사 왔다. 집에 와서 둘이서 언박싱부터 재잘재잘 또 티니핑 수다를 떨며 스티커도 붙이고 신이 났다. 둘이서 역할놀이를 하며 티니핑 노래도 부르고 얼마나 즐거워하는지. 그 모습이 귀여워서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두 아들의 티니핑 쇼핑 사진을 가족 톡방에 공유한 뒤 어머님의 답변에 빵 터졌다. "남자들이 이게 무슨 일이고?"

요즘은 똑똑하고 야무진 엄마들이 너무 많다. 어린 시절부터 책육아에 촘촘한 수학, 영어 로드맵, 더 올라가서는 특목고 입시대비와 수능까지. 학습에 초점이 맞추어진 나머지 장난감은 "쓸데없는 것"으로 치부되어 장난감을 부러 들이지 않는 집들도 있다. 이마트 완구코너에서 아이들이 고르는 동안 지나가는 어른 몇이 하는 말이 들려왔다. "나 이런 거 보면 막 사고 싶어. 어릴 때 엄마가 안 사줘서 못 산거. 지금 어른되서 마음대로 살 수 있으니까 괜히 사고 싶어." 적기 교육이라는 말이 있듯이 어린이들도 그때만 하고 싶고 누릴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중학생, 고등학생이 돼서 티니핑을 사주며 재미있게 놀라고 하면 나를 이상한 눈으로 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티니핑을 신중하고 고르고 너무 귀엽다면서 둘이 깔깔 웃고 즐거워하며 역할놀이를 한다. 이러한 시기를 지나면 티니핑은 아이들에게 그런 행복감을 줄 수 없을 것이다.

모든 요즘시대의 현명한 엄마들의 육아관과 교육관을 존중하지만 나는 나만의 육아관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이 제 나이에 즐거움을 주는 것을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해주고 싶다. 어릴 때 슈퍼를 가서 아이스크림이나 과자를 고를 땐 너무 신나고 신중했다. 그리고 엄청 맛있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서 슈퍼 아이스크림이나 과자는 나에게 그만한 행복감을 주지 못한다. 더 맛있는 걸 많이 알고 있고 나의 욕구나 욕망은 이미 다른 곳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도 우리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고 좋은 대학에 가길 바란다. 하지만 장난감을 아직도(?) 가지고 노는 그 모습이 마냥 귀엽기도 하다. 저렇게 좋을까. "엄마 ~핑,~핑 너무 귀엽지 않아?" 하는데 나에겐 그저 알록달록한 플라스틱일 뿐이다. 남편은 한술 더 떠 "티니핑들 저런 건 몇 마리야 몇 명이야?" 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유익함과 효율성만 따진다면 저 시간에 책이나 한 장 더 읽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런 마음이 안 생긴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어린이의 어린이스러움을 존중해주고 싶다. 밥 먹을 때도, 잠잘 때도 재잘재잘 티니핑 대화에 열중하는 두 아들을 보면 사랑스럽다. 영원한 건 없고 모든 건 때가 있다. 두 아들이 그때를 누리면서 어른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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