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이가 나를 키우고

육아 에세이

by 무지개물고기

해보지도 않고 못하겠다고 하지 말고 일단 한 번 해봐.


나는 실천하지 않는 말들을 내 아이에게 할 때가 있다.


나는 그림을 못 그리고, 종이접기를 못한다.

요리를 잘하지 않고, 로봇 조립을 잘 못 한다.


아이는 나에게 와서 도와달라고 한다.

'엄마 이런 거 잘 못해'라는 말도 소용이 없다.


어쩔 수 없이 일단 해본다.

종이접기를 못하는 엄마가 종이접기를 하고

로봇 조립을 못하는 엄마가 로봇 조립을 한다.


못해도 아이는 엄마 잘한다고 칭찬해 준다.

그리고 칭찬을 받은 엄마는

여전히 아주 잘하지는 않지만

아주 못하는 것은 아니게 된다.


아이에게 하는 말들이 시차를 가지고 나에게 돌아온다.


엄마, 방에 들어가서 잠깐 자~ 이거 내가 배려하는 거야.

인심을 쓰고

우리 엄마는 요리를 잘한다고

자신감을 북돋워주고

체스를 배워 온 날

체스를 모르는 나에게

엄마는 처음이니까 내가 연습할 기회를 주는 거야

슬쩍 져준다.


못하는 걸 해보게 해 주고

요만큼만 할 수 있어도 자신감을 갖게 해 준다.

내가 하는 말들을

물처럼 머금고 있다가 되돌려준다.


내가 아이를 키우는 게 아니라

가끔은

아이가 나를 키우는 것 같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안아 줄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