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이야기
6학년 1학기 분수의 나눗셈 단원이 끝나고 단원평가를 보고 오답풀이 시간을 가졌다.
자신이 틀린 문제를 공책에 적어서 고치고 왜 틀렸는지 이유를 적어오도록 했다.
문제해석을 잘 못 했는지, 연산실수인지 등...
아이들이 고쳐서 오면 다시 한번 어떻게 푸는 문제인지 왜 틀렸던 것인지 구두로 확인해 보았다.
친구나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도 된다고 하니 대부분 먼저 끝낸 친구들이 서로 도와주었다.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윤서가 다 고쳤다며 시험지와 공책을 가지고 나왔다.
"윤서야, 이거 17번 어떻게 푸는 거야?"
"이거... 몰라요. 예린이가 이렇게 풀라고 했어요."
"윤서야, 네가 다시 문제 여러 번 읽고 어떻게 푸는지 완전히 설명할 수 있으면 다시 와. 선생님이나 친구들은 도움만 주는 거고 네가 스스로 풀어봐야 해"
사실 학교 단원평가 수준은 그렇게 어려운 문제는 아니었기에 수업시간에 배운 기본 내용으로 꼼꼼하게 생각하면 풀 수 있는 문제들이다. 몇 번을 돌려보내고 난 후 점심시간이 되었다. 머리를 싸쥐고 눈물이 고여있는 윤서 주변에 여자 아이들 몇몇이 모여 있었다.
"선생님, 윤서 수학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어요~"
윤서에게 다가갔다.
그저 답을 고쳐서 대충 내면 끝날 줄 알았는데 호락호락하게 넘겨주지 않은 탓에 윤서는 인생의 난관에 부딪혀 있었다. 곧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윤서에게 말했다.
"윤서야, 수학 때문에 머리 아프고 힘들지? 선생님도 어릴 때 수학 때문에 많이 울었어. 그런데 많이 울고 속상하기도 해 보고 괴로워도 해봐야 나아지는 게 있어. 선생님은 고등학교 때 시험지 들고 화장실 가서 몰래 운 적도 있어. 정말 열심히 했는데 기대한 만큼 안 나와서. 도덕 시간에 "슈퍼 거북"이야기해 줬지? 지금부터 이제 시작이야. 윤서 속도대로 한 걸음씩 가면 되는 거야. 이거 오늘 내로 안내도 되고 집에 가져가도 되니까 혼자 찬찬히 생각해서 고쳐와."
윤서가 "네"하며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살다 보니 수학문제는 답이 있어서 정말 어려운 건 아니었다.
답이 없는 문제들이 켜켜이 쌓이면 최선이 아닌 차선과 차차선을 택하고,
영원히 답을 모른 채 지내야 할 일도 생긴다.
인생이라는 문제지엔 답지가 없다.
열린 결말에 더없이 불안해하고 더없이 꿈꾸면서
가만히 문제를 몇 번이고 읽어볼 뿐.
*이름은 가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