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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gile

습작

by 무지개물고기

나는 잘 견디는 사람이었어요


가장 강한 사람이 되는 길은

사랑하지 않는 것 뿐이라고


건조기에서 막 꺼낸

따뜻한 수건더미에

얼굴을 파묻었어요


그 포근함 속에

구겨진 종이처럼 담겨서

걸어 다니고 싶었어요


구겨진 표정과

구겨진 마음을

탈탈 털어

봄볕에 말려볼까요


누군가를 사랑할 때마다

나는 잘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어요


쉽게 끓어오르고

쉽게 가라앉고

쉽게 번져버리는


그러니까

사랑,

그 사랑이

언제나 문제였어요


높은 온도에서

단단하게 구워지는 그릇처럼

산산이 부서지지 않도록

새까맣게 그을리며

더 견뎌보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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