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짓듯 시를 짓는 여자
남루한 XX동 42번지
널브러진 음식물쓰레기 뒤지던
고양이는 오늘 새벽 청소차에 치였어요
고양이의 안부를 물을 시간은 없어요
저는 무척 바쁘거든요
바지런히 일터로 향하던
개미 한 마리는
아까 말한 차바퀴에
다림질을 당했지 뭐예요
하지만 염려하지 않아도 되어요
개미는 아직 많고
또 다른 개미가 일터에 갈 테니까요
아참, 그리구 학교에선
개구쟁이 윤석이가
창가에 앉았던
잠자리의 날개 한쪽을 찢었어요
화난 것 같기도 하고
슬픔으로 부대끼는 것 같기도 했어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윤석이는 단지 심심했을 뿐이고
잠자리는 제주도에 널린 유채꽃처럼
많은걸요
예고 없이 우연히 무심히
치이고 밟히고 찢기는 우리는
고양이 같고
개미 같고
잠자리 같아요
어쨌거나 시간이 없어요
서둘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