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짓듯 시를 짓는 여자
나는 원으로 태어났다
한 벌의 옷을 숙주로
기생하기 위해
몇 가닥 실을 움켜쥐고
매달리기 위해
몇 개의 구멍을 내었다
내 몸을 넘나들던 실가닥에
늑골과 어깨뼈가 시큰해졌다
눈동자에서 실밥 같은 눈물이
한 땀 한 땀 떨어질 지경이었다
덩굴처럼 휘어감은 실가닥을
온 기운으로 붙잡다가
나는
마침내
헐거워졌다
간격만큼 노쇠하고 너그러웠다
시리던 바람도
더 이상 시리지 않았다
튀어나온 실밥도
등 뒤로 살짝 숨길 줄 알았다
한 땀의 간격도 없이
옭아매는 버둥거림이
치기라는 것을
때가 조금 지난 뒤에
낭창거리며 나는
옷 솔기에 매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