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지개물고기 Dec 26. 2023

단추

밥을 짓듯 시를 짓는 여자

나는 원으로 태어났다     


한 벌의 옷을 숙주로 

기생하기 위해

몇 가닥 실을 움켜쥐고 

매달리기 위해    

 

몇 개의 구멍을 내었다   

  

내 몸을 넘나들던 실가닥에 

늑골과 어깨뼈가 시큰해졌다 

    

눈동자에서 실밥 같은 눈물이 

한 땀 한 땀 떨어질 지경이었다     


덩굴처럼 휘어감은 실가닥을 

온 기운으로 붙잡다가     


나는

마침내

헐거워졌다     


간격만큼 노쇠하고 너그러웠다     


시리던 바람도 

더 이상 시리지 않았다     


튀어나온 실밥도 

등 뒤로 살짝 숨길 줄 알았다     


한 땀의 간격도 없이 

옭아매는 버둥거림이

치기라는 것을     


때가 조금 지난 뒤에     


낭창거리며 나는

옷 솔기에 매달려 있다                               

작가의 이전글 시간이 없어요, 서둘러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