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사람

밥을 짓듯 시를 짓는 여자

by 무지개물고기

하늘을 보면서 가만히 있었다

한 시간이었나 두 시간이었나


푹 젖어있던 나는

빨랫줄에 올라가

허리를 접었다


가을 햇볕에

젖어있던 것들이

마르기 시작했다


곰팡이가 생길 뻔한

눅눅한 마음들이

반쯤 잠겨있던

눅진한 계획들이


고슬고슬해지고

기지개를 켠다


가만히

머물기 위해

초침처럼

분주했던 시간들


가을 햇볕 아래

산뜻하게 건조되고

장기들을 하나씩

새로고침한다


이따금 바람결 따라

묵은 생각들이 흔들리다

툭툭 떨어져 내린다


빨랫줄에 걸려있던

허리를 쭉 펴고

바닥에 발을 딛는다


바깥엔

은행이 후드득 떨어지고

코끝을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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