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초입에 서서

밥을 짓듯 시를 짓는 여자

by 무지개물고기

유난히 파랗고 쨍한 하늘이었어

오늘 아침에 말이야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생각해

나는 몇 번의 계절을 가질까

그리고 너에게는

몇 번의 계절이 남았을까


죽음은 언제나 그림자처럼

내 곁을 따라다니지만

그림자가 없는 듯이

그 몸은 내 몸이 아니란 듯이


어제 죽은 사람들을 생각해

몇 번의 계절을 살았을지

그 계절들은 충분했을지

다가오는 가을과 겨울에

어떤 계획을 세웠을지


너무 이른 죽음과

너무 질긴 목숨 사이에서

서성이는 발걸음


어떤 이의 무덤을 밟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뭉게구름을 올려다보며


부채감도 죄책감도 없이

지하철을 타고

밥벌이를 하러


죽음에게 연락처가 있다면

다정한 말투로 묻고 싶어

나에겐 몇 개의 계절이 남았는지

다정한 말투로 부탁하고 싶어

올 때면 미리 문자라도 달라고


그러니까,

죽은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유난히 파랗고 눈부신 하늘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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