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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냉정과 열정사이 Oct 29. 2023

브런치작가도, 크리에이터일까?

브런치북 연재를 쓰다가 지워버렸다.(변화에 적응하는 작가들)

브런치는 우리 보고 에디터가 되라고 격려한다. 기획할 능력이 있다고

브런치는 우리에게 프로필을 채우라 한다. 그럴듯한 프로필,경력사항을 쓰라는 건 어디서 많이 해봤던 일 같다.(이력서 쓸 때) 프로필과 했던 프로젝트, 출간된 책, 공모전 사항들을 기입하면 신뢰성에서 높아지겠지. 그리고 브런치가 말하는 공신력이 생기는 거겠지.


목요일,3시간은 족히 카페에서 브런치를(그브런치 아닌 이브런치)했다. 이유인즉슨, 브런치북 연재 시작 알림이 뜨고 나서였다. 10시반이면, 노란 고양이님과 뛰어다니며 한참 놀 시간인데 난 자꾸 마음이 급해져 버렸다. 왜, 왜 난 지난 6개월 동안 브런치 알림을 ()무시했던? 거였을까. 나름의 이유는 많았다. 수많은 알림들, 그러던 중 곁눈질로 본 알림 하나 '모,크리에이터?'브런치가  미쳐가는구먼...,?하고, 창을 단호히 꺼버렸다.


난 솔직히, 변화들이 싫다. 내가 처음에 브런치를 한 이유는 미친연애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하얀색에 검은색 '브런치로고' 그 단정함이 흰 도화지 같아서 그저 내 한풀이 겸 써봤다. 근데 사람들이 좋아요도 눌러주고 의외로 좀 괜찮네? 근데 그게 벌써, 5년 아닌 6년 전이더라.

'쓰고 싶은 것만 쓴다'는 심플함으로
그 기간 동안 질리지 않았던 것 같다.

난 그 흔한 인스타도 안 했고(10월부터 한다 훗)네이땡 블로거도 아니며, 유튜버는 더더욱 아닌, 오히려 에어팟도 없고 카카오택시도 깔았다 업데이트를 안 해서 손수 택시를 잡으며, 메모장 어플이나 캘린더도 모르는, 그저 손노트에 메모하는 mz세대와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다. 이 정도면 거의 기계맹, 신문명을 거부하는 사람 같아 보이는데,,, (그 정도는 아니야,껄껄) 아, 근데 전자기기나, 어플들 이런 거 아는 게 너무 귀찮은걸 어떠케...' 그냥, 아예 쓰는 뇌구조가 다른 거다. 


'근데 어쩌다가 10월에 브런치 글 쓰는데, 불이 붙었을까? '종종 올리는 귀요미 내새끼 사진(묘생 사진)을 오랜만에 투척하려 브런치를 접속했는데, 연두색 모시기? 크리에이터 배지가 붙은걸 보고 '이게 모지?' 그리고 요일별 연재도 있네? 허허.. 이게 다 처음보는데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그래서 시험 삼아 크리에이터 뱃지가 붙은, 한두 명쯤 클릭해 봤다.(아니, 보라고 떠있길래 봤지모)' 헐...! 구독자가 11명? '또 다른 사람은 아예 브런치를 연재로 시작했고...., ' !'이었다.


          '난 그간 뭘 하고 있었던 거지..,'

          내적인 자기비판의 목소리가 들리던 순간이었다.그리고 드는 생각은 이랬다.


나는 브런치 고인 물 같은 사람이구나..., 변화에 못 따라가는..

그래서, 한번 한 달간 글을 꾸준히 올려보자 하는 목표가 생겼던 것이었다. '그래, 이게, 다 브런치팀의 접속량을 늘리고, 포스팅을 많이 부르게 할 전략인 거겠지. 좀 사악하지만, 변화는 어쩔 수 없겠지.., '

그래서, 새로운 변화에 나가떨어지지 않기 위해, 나도 모시기 브런치연재글을 도전해 보자는 생각에서, 야심 차게 카페에서 점심도 안 먹고 브런치북 아이디어를 짜냈다. 브런치북은 한번 만들어봤는데도, 아직 어렵다. 표지 사진을 뭘로 하지.. 부터가 막힌다. 이러니 빨리 진행이 될 수가 없다. 썼던 글을 올리려고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발행한 글은 제한이다. 고민 끝에, 대략적인 글 콘셉트를 정한 듯한데, 브런치북 제목을 뭐라고 하지? 그리고 키워드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였다. 키워드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중요한데..., 치는 단어마다 브런치북에는 없는 단어였다.


어렵사리 키워드를 채우고, 추천대상을 써 내려갔다. 거기까진 괜찮다. '목차를 미리 예상해서 써야 되네?' 정말 연재에 대한 집착적인 브런치팀의 목적이 한눈에 보이는 순간이었다. 목차와 제목으로 2시간은 족히 고민하고 썼다가 지웠다가, 또 다른 게 더 나은 거 같아 바꿨다가. 자주 와서 아는 동네 카페 직원이 당떨어진다고 건네준, 초콜릿을 먹으며 드디어 완성이닷!크크.. 연재일을 목요일로 했다가, 혹시나 못 지킬까 싶어 하루뒤인 금요일로 슬며시 바꿨다. 이제 모든 걸 끝냈다. 연재예정이구나. 금요일이면 뜨려나?


그날 오후는, 광기의 눈으로 수십 차례 브런치를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 또 반복이었다. 12시가 넘었는데, 왜 내 글이 새 글로 안 뜨는데? 다른 작가들 보니 금요일 연재에 새로 뜸으로 줄 줄이고만. 정신이 피폐해지는 것 같아, '집착을 버리자..., '를 입으로 되뇌며 다른데 집중하려고 애를 써봤다. 그래봐야, 다시 브런치앱을 켜고 있는 나를 발견할 뿐이었다.


새벽 한시 두시, 반복해서 내 브런치연재가 뜨는지 백번은 더 본 거 같다. 나는 변화가 쪼금 힘든 'slowslow'유형 사람인데, 무진장 그 흐름에 따라가려 하고 있었다.  맞춤법 검색 때문에 창을 열어둔, 네이땡도 검색창 메인에 크리에이터, 저기도 크리에이터, 모두가 크리에이터를 찾고 있고,  작가도 크리에이터가 되려 애쓰고 있다. 브런치북도 그러하다. 하지만 오해는 하지말길, 분명 시대는 변하고 있고 흐름에 뒤쳐지는 건 누구나 싫어한다.그런 도전을 하는 건, 창작자들의 기회가 될 것이긴 분명하다. 하나, 이렇게 급하게 그것도 한주에 한번 이상은 제날짜에 연재를 한다는 것. 과연, 내 역량이 그렇게 될까. 마음 한구석이 뭔가 씁쓸해지는 걸 어쩔 수 없었다. 모두가 자기 브랜딩을 하려는 시대, 자기 프로필을 마케팅하는 시대, sns가 필수인 시대가 되었으니 말이다. 우리는 알고 싶지 않아도, 그들의 사생활 그들의 경력사항들을 알게 되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깐. 모두가 그럴듯한 나의 이미지를 창조해야 하는 그런 시대 말이다.


나의 아날로그적 옛날감성의 브런치는 이제 바뀌었다.


그래도 아직은, 글쓰기에 빠지는 이 시간들이 좋고, 고인 물에서 서서히 변해가 보려고 한다. 하지만 이주정도를 광기의 글을 써본 결과, 서둘지는 않기로 했다. 그런 연유로, 애써서 오후 내내 만든 브런치북연재를 삭제했다. 나에게 어쩌면, 새로운 기회였겠지만 매거진으로 좀 더 여유롭게 쓰고 싶어서다. 시간을 들이고, 고민과 여유를 담아 때가 되면 완성이 되겠지 하고 기다릴 수 있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싶어서. 어떤 결과를 바라고 기대하며 쓰는 건, '글쓰기만의 즐거움'을 잃게 할 수도 있을 거 같아서였다.


그런 이런저런 고민들에 인상을 쓰고 있는 나에게, '도대체 브런치가 뭐라고...'이런 푸념이 나온다. 애정을 가진 것에 대한 애착 우리 작가들에겐 있다. 변화가 싫은 것도 분명히 존재하고. 하지만, 나조차 어쩌면 당연하게 여겼을 라떼, 꼰대식 사고는 버리려고 한다. 흐름을 읽는 것, 그리고 조금씩 적응해 보면서 내게 맞고 아닌 것을 취사선택할 줄 아는 게 필요하니깐..그리고, 어떤 목표가 생기면, 그때 그게 연재든 브런치북 공모든 도전하면 되니깐. 한발 느린 사람의 푸념글이었다고 쳐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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