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토끼 Jan 16. 2017

#13 여자는

까칠하더라도 괜찮아


"여자는 ~해야 돼"라고 말하는 사람치고 제대로 된 사회생활 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물론 내 기준에서 말하는 것이고 반대의 성별도 이에 해당된다. 사회생활을 오래 한 사람 중에서도 이성(opposite sex)에 대한 지식이나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런 사람들은 상대에 대한 배려를 습득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례를 범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40줄 노총각인 내 친척 중 하나가 그렇다.

나름 대화를 걸려는 건지 그는 제사상에 음식을 옮기는 내게 "시집가면 다 네가 맡아 해야 할 일"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가만히 있는 내게. 욱하는 성질이 다분해 호락호락하지 않은 내 성격을 잘 모르는 것이다. 사실 그 친척은 나와 대화다운 대화를 나눈 적이 전무하다. 나는 좀 별나다는 소리를 듣더라도 할 말은 꼭 하고야 하는 사람. 물론, 상대가 내게 말한 의도가 가벼운 농담이었어도 일침을 가해야 직성이 풀리는 못된 성격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일상에서 묵인하고 지나쳐온 문제들이 사회문제화 되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지 않은가. 사람들 의식 하나하나가 모여 사회와 문화를 이룬다는 점에서 잘못된 것에 방관하는 것은 죄책감이 든다.  

“저 제사상 차리려고 시집가는 거 아니거든요.”

그러나 내 말을 들은 건지 안 들은 건지 상대는 자신의 고집을 내세웠다. 나보다 오래 살았기에 가르침이라도 주려는 것인지.

“집안일 하고, 제사 준비하고 그런 거 다 여자가 하는 거잖아. 며느리가 당연히 하는 일이지. 너 지금은 그렇게 말해도 시집가면 꼼짝없이 시키는 대로 다 할 걸.”

이라며 어떤 근거도 없는 자신 논리를 내세우는 친척. 마치 자신의 주관이 모두가 동의하는 것인 양 비아냥거렸다. 

그때부터는 더욱 흥분한 상태로 받아쳤지만 상대는 나의 진지함을 알아주지 않았다. 내가 아무 위협 없는 여자이기 때문에. 물론, 내가 특별히 잘한 것은 없다고 생각해 억울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더라면 많이 억울했을 게다. 

그 친척이 나를 성가시게 한 것 중 하나는 외모 지적이다. 이 부분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그의 화살을 맞는데 그는 현재 빼빼마른 자신의 몸에 만족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가 “다이어트 안 하니”라며 건네는 말에는 “아직 안 할 건데요” “여자는 무조건 예쁘고 날씬해야한다고 생각하나요”라며 답했다. 그러나 볼 때마다 몸매 지적은 이어지고 그도 나도 자신의 입장을 고수할 뿐이다. 

누군가는 나를 비뚤어졌다 여길지 모르지만 우리는 한국 사회에서 너무도 많은 평가를 받으며 자란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의 자존감에 영향을 주고 더 높이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을 가로막는다. 무릇 사회에 상용되는 흔한 말들이라도 그 의미를 캐내면 폭력적이기까지 한 표현들이 많다. 그러니 나보다 나이가 많다고 혹은 부모라고 해서 그들이 하는 말을 맹목적으로 따르거나 받아들이는 것은 무리가 있다.

사람은 어디까지나 직업, 성별, 나이 등을 불문하고 존중이 바탕이 돼야 소통이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일방적으로 우위에 있는 관계에서는 진심이 따르지 않는다. 권위를 무기로 사용하는 사람은 결국 누군가의 권위에 굴복하는 상황을 맞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작게나마 내 목소리를 낸다. 사실은, 생각한대로 살기에 불편한 것이 많고 사람들의 인식이 두려워 평범함을 내세우는 사람 중의 하나지만 내 권리만큼은 지켜낼 것이다.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상처받지 않을 권리’ 등의 책이 오랜 베스트셀러였고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산 이유는 어쩔 수 없는 사회 분위기상 많은 것을 묵인하며 쌓아온 우리들의 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직접 겪어본 바, 그 바깥에서 쌓인 감정들이 스스로를 향한 화가 되어 돌아오기도 한다는 것을 안 지금은 내 자존감과 내가 믿는 나의 가능성을 위해 목소리를 낮추지 않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12 스스로에게 질문달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