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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토끼 Mar 22. 2017

#17 결혼은 어렵다

-결혼도, 취업도 ‘높은 문턱’

'결혼은 현실'이라는 글을 올렸고 그것이 내가 브런치에 올린 글 중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보는 글이 되었다. 점점 남자친구와의 사이가 돈독해져 '현실'이라는 차가운 어감이 미안하게 느껴지지만 여전히 결혼의 관문은 현실의 벽을 넘어야하는 난코스라고 본다.

어제는 평소와 같이 퇴근 후 걷고 뛰는 운동을 하다 한 친구의 연락을 받았다. 일전에 '결혼은 현실'이라는 글에 사례를 적었던 친한 친구 M. 안부 인사차 전화를 건듯 내가 잘 지내는지 물으며 통화를 시작했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것을 직감했다. 올해 10월로 계획했던 결혼이 미뤄졌고 남자친구와 '뜨뜻미지근한' 사이가 되었다고 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한 전화치고는 내용이 심각했다. 이미 한 번의 헤어질 고비를 넘었고, 남자친구의 어머님이 관련된 문제였다. 

수년간 살갑게 지내왔던 예비 시부모님과 며느리 사이였는데 결혼이라는 현실을 맞닿아 상황이 달라졌다. 예비 시어머니는 M이 차를 사는 것(그것도 중고차였다)을 사치스럽게 여겼고 그것이 관계가 틀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M과 M의 남자친구 간에 어느 정도 합의되었던 직장 문제에 남자친구 어머니가 관여하면서 막다른 길에 내몰린 듯 이별밖에는 답이 없다고 생각이 들었단다. 그 과정에서 M의 남자친구도 "네가 우리 엄마 때문에 그렇게 스트레스 받으면 그만 하자"고 했다고. 여자 입장에서는 남자친구가 중간 역할을 잘 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느껴지지만, M은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싶은 마음보다는 그의 어머니가 변하기를 바라는 눈치다. 둘의 사이가 어떻게 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5년 가까이 만나온 시간을 훌훌 털어버리고 새 출발을 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으니 M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더라도 상황에 맞춰가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우리는 결혼에 있어 당사자가 가장 중요하다고 믿지만
막상 ‘결혼’을 앞두고서는
상대를 둘러싼 조건이나 환경 등이 크게 작용하는 것을 경험한다.

평생 먹고 사는 데 걱정이 없고, 상대의 부모님과도 맞아야하는 등 먼 미래를 내다보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그럴듯한 요건들을 모두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결혼하게 되는 것이 그동안 내가 관찰해온 바다.

남자친구의 부모님 때문에 헤어짐을 고민하는 주변의 사례가 또 있다. 28살 직장 동생 L. 20살 때부터 사귀어온 멋진 직업을 갖고 있는 남자친구가 있는 그녀는 이제 마음이 반쯤 정리됐다고 했다. 이유는 남자친구의 어머니가 자신을 무시한다는 것, 더군다나 아들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계신 홀어머니라 계속 맞출 자신이 없다고 했다. 주변 친구들도 남자친구와 다 관련된 사이여서 이런 이야기를 할 사람이 없다고 내게 털어놓았다. 결혼이 자신 없어 사랑하는 남자친구와 헤어져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 L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사실 주변에 이런 사례는 너무나 많다. 남자친구가 결혼을 원치 않는 경우도 있고, 남자친구 어머니의 지나친 간섭으로 결혼을 다시 고민하는 경우들. 그러나 위에 강조했듯 결혼할 사람들은 다 하더라. 요즘 N포 세대니 뭐니 떠들어대지만 우리나라는 외국과 비교해 미혼율이 그다지 높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결혼 생활’, ‘결혼식 후의 REAL’인데
식장에 들어가기까지 여러 어려움을 겪으며 
너무나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왜 우리 세대는 취업도, 결혼도 높은 문턱과 마주해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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