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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토끼 Sep 09. 2016

#02 만족하는 삶

-인간극장 ‘족자카르타편에서 온 편지’


 나는 인간극장을 좋아한다.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가 좋고, 등장인물들의 속을 통찰하는 듯한 내레이션이 귀에 쏙쏙 들어와 마음에 꽂히는 순간을 즐긴다. 특히 재미있는 소재가 나올 때면 가족들과 함께 보기 위해 주말에 다시보기로 연속 시청할 정도다. 나와 비슷한 젊은 사람들이나 아이들이 나오는 편은 그 생동감이 마치 재미있는 드라마 같아 꼭 챙겨보게 되고, 남과 조금 다르지만 주관대로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방영될 때면 판에 박힌 내 생활을 돌아보는 계기가 돼 한 주 동안 그 내용이 머릿속에 머무른다.

그 중 지난 2월쯤 방영된 ‘족자카르타에서 온 편지’는 재미와 교훈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 다시보기로 복습까지 했었다. 젊은 부부가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한국으로 비유하면 경주 같은 지역)에서 사는 이야기였는데 재미있는 요소가 많다. 배경이 생소한 외국이고 등장하는 인물이 다양해 이제까지 나온 5부작 중 가장 다채롭고 구성진 편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 부부의 개구쟁이 꼬마 형제들은 동네 아이들과 우르르 몰려다니며 놀고 이 집 저 집 돌아가며 밥을 얻어먹는다. 참 귀여운 아이들이고 정겨운 동네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 10명이 넘는 아이들이 하나같이 밥을 먹고 나온 그릇을 각자 설거지 하는 것을 보면 참 질서 있게 논다 싶다. 놀면서 배운다는 말이 있는데 인위적인 가르침 없이도 저들만의 세계가 있으니 그 룰도 존재하는 것이다.

주인공 부부가 이상적인 삶에 대해 말하는 내용과 또 그 주관대로 살아가는 모습에서도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들은 이웃에 자신의 아이를 스스럼없이 맡기기도 하고, 먹을 것을 나누며 형편이 어려운 이웃은 꾸준히 보살펴준다. 익숙하면서도 요즘은 흔치 않은 이웃 간의 정과 나눔이다.

그리고 그들은 ‘젊어서 벌어야 한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와 같은 말이 무색하게 느긋하고 여유롭게 산다. 사서 걱정인 요즘 사람들과 다르게 무언가에 동동거리는 일이 없다. 현재에 만족하고 미래를 지나치게 걱정하지 않으며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의 가치를 중요히 여긴다. 배부른데 정신은 빈곤한 이 시대에 생각할 거리를 주는 뜻 깊은 발상이지만 막상 그들이 사는 것을 보면 대단한 용기 없이는 저렇게 살기 힘들겠구나 싶다. 이 젊은 부부는 족자카르타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며 생계를 유지하는데 손님도 별로 없어 보이고, 수익이 많이 남지 않을 게 분명했다. 그런데도 직원들 월급 주고 가족들이 굶지 않을 정도니 괜찮다는 발언을 한다. 그렇게 가진 것과는 관계없이 당장에 조건 없는 행복을 누리는 부부의 삶은 미래의 욕심과 현실의 의무감에 스스로를 제한하고 빈곤한 행복 만족도를 지녔던 내게도 좋은 영감이 됐다.

경험을 통해 얻은 생각은 삶의 방향을 조정한다. 그 부부도 한 때는 돈을 많이 벌고 마음껏 쓰고 누린 적이 있었다고 한다. 물론, 남편은 돈을 버느라 시간이 없었고 가족은 지금보다 행복하지 못했다. 방송을 통해 본 부부의 생활은 보기에도 좋아 보이지만 스스로 만족할 줄 아는 정신이 더욱 그 행복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신선한 충격이었던 만족하는 삶의 좋은 예를 보며 나는 얼마만큼 욕심 부리고 또 무엇을 덜어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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