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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토끼 Jun 27. 2017

#25 사회 초년생 그리고 직장

-고칠 수 없는 현실에서

 하루하루 출근하는 것이 두려운 때가 있었다. 스트레스가 한 번 밀려오면 힘들게나마 지켜내던 일상이 무너진다. 올해 목표로 했던 건강과 규칙적인 삶은 뒤로 하고, 현실도피 삼아 밤  늦게까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시답잖은 유머글을 읽는다.

 하루는 '우울증'이라는 단어를 검색하고 다음날은 '불안증'이라는 말을 찾아봤다. 결국 두 단어 모두 내 상태를 설명해주지 못하는 것을 인지했다. 개인의 심리적 문제이니 알아서 해결하기로 한다. 

나와 가까웠던 직장 친구들이 관뒀다. 그 중 하나는 취준생, 둘은 공시생이 됐다. 그들이 퇴사를 선택을 할 수밖에 없던 이유가 직장 상사의 지나친 언행이든 말도 안 되는 페이든 간에 아무도 상관치 않았다. 3년 넘게 일한 데에 대한 공을 얘기해주는 사람 또한 없었다. 그리고 아마 그들은 뭇 어른들의 시선으로 쉽게 관두는 요즘 젊은이로 판단됐을 것이다.

 어제 내 남자친구는 일요일 저녁 직장 상사의 급히 걸려온 전화에 밤을 꼬박 새며 일하고 바로 출근했다. 그리고는 그 곳의 우두머리는 밤을 샌 남친에게 고생했으니 함께 저녁을 먹자고 했단다. 분명 술자리로 이어질 게 뻔한 저녁이다. 더운 날씨에 샤워는커녕 잠 한숨 자지 못한 직원에게 불편한 식사 자리를 권유하는 것을 보고 공감능력의 결여라고 느꼈다. (기성세대들이 우리를 쉽게 판단하는 자유만큼 나도 그들을 맘껏 재단해야지.) 내게는 강자 특유의 자기중심적인 사고로 받아들여질 뿐이다. 

 내 주변에는 자기 직장이나 직업에 만족하는 사람이 극히 드물다. 공무원이나 선생님을 빼놓고는 대기업, 공사 등 좋은 직장이라고 하는 곳들도 마찬가지로 다니기 힘들단다. 하긴, 뭐든 안 힘들까. 세상 모든 게 힘들다. 그러나 '인간적으로, 상식선에서, 정당하게'가 통하지 않는 세상이라 더 힘들다. 완벽이란 없다지만 이 거대한 사회와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집단에서 우리는 내 목소리 하나 내기 힘든 약자가 아닌가.

정말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는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건 아닌 것 같다. 우린 현실을 고려해야 하고, 힘든 조건에서 그나마 덜한 것을 골라 참아낸다. 

 돈이나 권력, 사람들이 이것에 집착하는 이유는 바로 그 자유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나라고 결코 다른 인간이 아니다. 자식을 낳으면 이러한 현실은 전혀 일깨워주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말로 속인 다음 나보다 조금 더 사정이 나은 삶을 살길 바랄 수도 있다. 꿈을 이룬다는 것이 과연 공부를 열심히 해 좋은 대학을 가는 것과 얼마나 큰 상관관계가 있는지, 그것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 따져 봐야할 것이다. 

 이렇게 살다보니 쉽게 지친다. 동기 부여는 내 자신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위에서 내려온다. 목적 없지만 쉼 없이 대학을 나오고, 직장에 들어가 기계처럼 일하고 있는 주변 친구들을 보면 그렇다. 그들은 모두 지쳤고 멈출 길이 없다. 

 행복을 미루고 현실을 참다보면 가장 소중한 일상이 희미해진다. 세상을 바꿀 힘은 없지만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은 지켜내야지. 앞으로도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게 살련다. 절대 꿈을 잊지 않고, 힘들지만 소중한 것들을 챙기는 건강한 삶을 계속 추구할 것이다. 비록 내가 하는 일에 자부심과 만족을 얻을 수는 없더라도 나는 여러 모습으로 존재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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