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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토끼 Jun 30. 2017

#26 삶의 여유에 대한 의문

-불만족스러움에도 떠나지 못하는 이유

때로는 얼른 나이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는데 대개 연륜 있는 사람들의 여유가 부러워서다. 이번 주 인간극장에는 '시아누크빌의 노부부'가 방송됐다. 70대 중반을 넘은 노부부가 캄보디아의 한 항구도시에 살며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10년 넘도록 병원 한 번 가지 않았다는 천하무적 건강을 바탕으로 여느 젊은이 못지않게 인생을 자유로이 즐기고 계신다. 오늘 마지막 화에서 부부는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보는데, 그곳에서의 삶이 참으로 마음 편하다 했다. 

KBS인간극장- 시아누크빌의 노부부.  캄보디아에서 이규상·조영화 부부가 한식당을 운영하며 마음 편안한 삶을 살고 있다.

자기 삶을 자신하고 그대로 살 수 있는 여유가 인상 깊던 대목이다. 많이 겪어보지 못한 우리들은 무한한 가능성을 꿈꾸고 기회비용을 생각하기에 어려운 부분이다. 김난도 교수의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책의 제목처럼 과연 언젠가 배움 끝에 만족을 거둘 수 있을까. 내가 상상하는 어른은 그런 것이니까. 내가 지금 삶에서 성취하고 싶은 것은 아마도 스스로를 잘 다스리고 만족하며 흐르는 시간을 이겨내는 법이 아닌지 생각해본다.

얼마 전에 인터넷에 떠도는 글로 '이웃집 찰스'라는 프로그램 캡처를 본 적이 있다. 호주인 도예가 남편과 영어 강사 아내의 갈등이 다뤄졌는데, 12년간 영어를 가르쳤던 남편은 도예가의 삶을 꿈꾸고 공방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문제는, 먹고 살 만큼 번다고 생각하는 남편과 그런 남편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아내의 입장 차이였다. 문화차이 일는지 아내는 그저 평범한 우리나라 사람다웠다. 커가는 아이들을 위해서는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하기에 억척스럽게 일을 했고, 사업을 벌여놓고 적은 수입으로 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 남편이 불만스러웠던 것이다. 그러나 남편의 머릿속에는 자신의 꿈을 이루면서 길게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다고 믿었다. 

여기서 생각한 것이 우리는 너무 눈앞에 어려움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실은 호주인 남편의 “먹고 살 만큼 벌면 된다”는 말이 선진국 출신의 여유인 듯 보이기도 했고 무엇이 정답인지 나도 알지 못한다. 다만, 마음 편한 것이 인생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복이라는 가정에서 미래를 불안해하지 않는 그의 말에 마음이 쏠렸다.

어제는 다음 스토리펀딩에서 ‘강박증’에 대해 다룬 스토리를 보았는데, 비단 현대인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불안이 행동으로 이어져 강박증을 낳은 경우가 꽤 있었다. 가까운 사람 중에는 어릴 때의 버릇 그대로 손톱을 물어뜯고, 자꾸만 물건이 없어지지 않았는지 확인을 하는 사람이 있어 그것이 불안에 기인한 것일지 짐작해보기도 했다.

내 의식의 흐름대로 불안이 가시면 편안함이 오고, 그것이 어른이 되는 것과 관련이 있을까. 나 역시 평범한 한국 사람으로 생계를 걱정하고 직장에서 유동적인 일을 다루며 불안감을 갖고 있다. 또, 열심히 돈을 벌어 여유가 생기면 자연히 마음이 편해지고 여유로워져 원하는 그림대로 살게 되리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고 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마음은 단순하지 않다. 고백하건데 마음 편하게 살 것을 꿈꾸면서 남들이 보기에도 좋은 그림을 바랐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니까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남과 비교하는 습성이 있어서라며 나름의 자기변호를 해 본다. 어쩌면 아직 선진화 혹은 성숙되지 못한 발상의 한계일지도 모르겠다. 

대안의 삶, 이를테면 현재 누리는 평범한 생활을 훌훌 털고 제주도나 해외로 떠나거나 농사를 짓는다거나 하는, 을 꿈꾸지만 일단은 그런 삶을 누릴 기회를 다른 이들에게 넘기기로 한다. 아직은 준비되지 않았고. 세속적이고 경험이 부족하여 자꾸만 흔들리는 청춘에 지나지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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