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끗 차이’ 생각 관리
지난 5월 무척이나 불행했다. 직장인이라면 3년마다 고비가 온다고 하더니 아마 그랬나 보다. 지금에야 그 상태를 벗어나 꽤 살만하지만 마음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지난해부터 한 반년 넘게 그랬을 게다.
그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거친 파도를 유유히 지나온 것 같지만 실은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옹졸하고 편협했던 사고가 자유로워진 느낌이다. 원래는 결코 직장을 관둘 수 없는 처지라고 스스로를 단정했었다.
그러다 문득 스스로 불행의 늪에 빠져있다는 생각이 들어 대안으로 염두에 뒀던 일을 하나하나 실행했다. 어느새 불행, 절망, 후회, 자기불신 같은 감정이 걷어지자 자신감이 생겼고, 현재 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환경이 변한 덕분이기도 한데 나의 퇴사 고민을 몇몇 분들이 알고 위로해주었고 상사의 태도가 바뀌었다.
'저녁 있는 삶'도 생활 전반에 활력을 주었다. 일을 보다 합리적으로 하며 시간적 여유를 가졌고, 업무 외 활동을 즐기며 ‘저녁 있는 삶’의 가치를 체감하기도 했다. 그렇게 일과 불행에 매여있던 생각이 쉴 수 있었다.
힘든 한 때를 보내고 얻은 가장 큰 사고의 변화가 있다. 내 현재 위치가 아닌 내가 발전시키고자 하는 역량에 초점을 두는 것. 요즘 똑똑한 아이들은 자신의 꿈을 한정짓지 않고 관심있는 것을 찾아 스스로 능력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둔다. 그것처럼 나도 원하는 방향에 맞게 이런저런 생각과 실천을 하고 있다.
생각 하나가 사람의 생사를 가르는 것을 보며 '생각 관리'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다. 어떤 생각이 딱딱하게 굳어지기 전 평소 되도록 잘 소화해 내는 습관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나는 때때로 모임에서 누군가 “연봉이 얼마 올랐다”, “회사에서 출퇴근 비용을 다 대준다”는 등의 이야기를 들으면 왠지 허탈했고 기가 죽었다. 그 감정은 나의 처지를 처량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남과 비교하는 습성은 인간으로서 쉽게 버리기 힘든 것이었다. 다만, 이후에 받아들이는 건 내 몫. 언젠가 깨달음이 왔는데 친구를 만나 하소연 하듯 적은 월급을 언급하는 스스로가 ‘조금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남의 이야기에 나를 비춰보지 않기로 했다. 마음을 고쳐먹으니 실천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결국에는 다 ‘한 끗 차이’ 였다. 죽고 사는 것, 공무원 시험을 붙거나 떨어지는 것, 회사에서 잔소리를 듣느냐 안 듣느냐까지.
솔직히는 주변에 자기 생각대로 사는 사람을 많이 볼 수 없다. 스스로 생각을 창조하고 길을 개척하는 사람도 드물다. 그렇게 서로를 의식하며 빠르게 돌아가는 한국 사회에서 적어도 길을 잃지 않으려면 뚝심 그리고 나에 맞게 외부 상황을 잘 받아들이는 ‘생각 관리’는 꼭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