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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토끼 Nov 23. 2017

#43 나를 사랑하게 되기까지

-부럽지 않다

늘 부러워만 했었다. 초등학교 때 단상에 올라 상을 받는 친구를 보면 그저 부러웠다. 

친구 많은 아이가 부러웠다. 생일이면 선물을 한 보따리 받고, 쉬는 시간이면 주변에 친구들이 우르르 모여드는. 

대학 때는 날씬하고 예쁜 친구가 부러워 질투까지 났다. 태생이 마른 아이였는데 통통한 몸매의 나와 너무 비교된다고 생각했다.

아주 가까운 사람을 부러워 한 적도 있다. 여동생은 성격이 야무지고 똑부러져 부모님께 혼나는 일이 별로 없었다. 

나는 내가 부러운 것들을 닮기 위해 한동안 애썼다.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 곁에 사람을 두기 위해 그들이 좋아할 법한 말과 행동을 했고, 살을 빼고 외모를 가꿨다. 물론, 외모가 추하거나 엄청난 비만이었던 건 아니지만 욕심이 컸다. 부모님께도 예쁨받는 자식이 되기 위해 좋아하시는 모습만 보여드렸다. 나는 그렇게 내 높은 이상이 그린 완벽한 그림에 맞아 떨어져야 했다.

그러다 언젠가 내가 너무 우울해졌을 때 노력을 멈추게 됐다. 인간관계가 변했다. 그들이 원하는 모습만 보여주던 나는 없어지고, 외모도 전처럼 신경쓰지 않았다. 

이미 친근한 혹은 만만한 사람이 되어버린 내게 사람들은 무심코 말을 내뱉었다. 

“너 요즘 맨날 나이트 다녀?” 

“너 요새 피부가 왜 그래?”

“너 매일 술 먹느라 살이 그렇게 쪘냐?”

“네가 지금 아르바이트 할 때냐?”

“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학교 다니니?” 

그것이 내가 쌓은 이미지였고, 노력한 결과였나 싶어 매일 상처 받았다. 자존감이 바닥을 쳤고, 내가 무너졌다. 그래서 몇 년간 두문불출했다. 대학시절 사람들과는 거의 관계를 끊었다.

부럽지 않기 위해 애쓴 결과 원점보다 못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주변에 사람 같은 거 아예 두지 않았으면 좋았을텐데, 상처만 얻었어. 세상 그리고 사람이 두렵다.’ 그 시절 일기장 속에는 온통 그런 이야기들 뿐이다.

엉킨 과거와 나의 행동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우울감과 세상을 떠나고 싶은 마음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런저런 자기 연구를 계속했다. 내게 있었던 일을 수없이 돌아보고 해석했으며 또 나를 알아갔다.

다시 목표가 생겼다. 자존감을 회복하고 나를 사랑하는 것, 살아갈 의지를 갖는 것. 이미 나는 과거에 얽매인 사람이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바깥에 나가면 누군가 나를 보며 수군거리는 느낌마저 있을 만큼 마음이 약해져 있었으니까. 

가족, 몇 명 남아있던 친한 친구의 도움을 받았다. 난 솔직해졌고 그들은 진심으로 나를 그 깊은 수렁에서 끌어내 주고 싶어 했다. 다시 인간관계에 신뢰를 쌓고 세상이 아름다운 이유를 찾으려 노력했다. 부모님과 함께 등산을 하고, 소풍을 가고, 혼자 음악을 듣고 책을 보는 등의 단순한 일상에 애정을 갖기 시작했다. 

그래도 늦은 나이에 시험 준비만 하던 내가 막상 사회에 나오기는 어려웠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겁나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시 나온 세상은 내게 따뜻했다. 그런 세상을 누렸다. 시간이 지나자 나는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만큼의 멀쩡한 사람이 되었다. 자존감, 자신감도 회복했다. 연습의 결과였다. 전보다 더 진실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애썼다. 피하지 않고 사람들이 많은 환경에 들어가 자꾸만 부딪혔다.

이제 나는 더 이상 부러운 누군가를 떠올리지 않는다. 다만 누군가 가진 능력을 갖고 싶으면 해야할 일 목록에 하나둘 추가한다.

가끔 자존감이 낮거나 자기애가 낮은 사람들의 고민을 마주할 때가 있다. 누구의 상담도 답이 될 수 없다. 결국 공부하듯 자신을 알아가는 수밖에 없다. 평생 공부를 해야한다지만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할 것은 그렇게 스스로를 공부하는 것. 그 안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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