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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토끼 Dec 11. 2017

#44 “알아서 할게요, 내 결혼식”

-평생 한 번 뿐인 날에 대한 하소연

모두의 축복을 받는 결혼, 아름다운 신부와 씩씩한 신랑이 주인공인 결혼식.

우리에게 입력된 '결혼' 혹은 '결혼식'이란 그런 것인 것 같다. 주말 연속극에 나오는 북적북적한 장면들. 그러나 내게 결혼식이란 결혼에 앞서 주변 사람들에게 인사하는 자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래서인지 수긍하기 힘든 사람들의 생각이 당연한 것처럼 다가올 때면 한동안 멍해진다. 결혼식을 앞둔 것을 실감하기도 전에 주변의 반응을 통해 '내가 참 피곤한 것을 시작했구나.' 깨닫는다.

요새는 사람들이 웨딩사진이나 청첩장에 대해 물어온다. 결혼은 아직 두 달도 더 남았는데 사진은 아직 안 나왔고, 청첩장은 준비되지 않았다고 하면 짐짓 놀라는 눈치도 보인다. 내가 못 미더웠는지 한 지인은 얼른 청첩장을 준비해야 할 거라고 신경써주기까지 한다.

'다 알아서 하려니.'

"너희 왜 결혼식 날짜 얘기 안 했냐, 나 아주 큰 거 받을거야."

남자친구와 나를 소개팅 시켜준 주선자 친구가 배신감을 드러내며 한 달 전인가 했던 말. 왜 그리 마음이 급한지. 안 그래도 머리가 복잡한 내게 보채기까지 했다.

"다음에 볼 땐 소갈비 사주면서 청첩장 줘라."

또 다른 친구의 말. 가뜩이나 돈 들어갈 곳이 많은데 자주 보는 사이에 소갈비까지. 그냥 하는 말이겠거니 흘려들을까. 하지만 마치 내가 응당 거하게 대접해야 할 입장이 된 것 같아 혼란스러웠다.

어찌보면 가벼이 넘길만한 귀여운 말들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곧 결혼을 맞이하는 신부의 이미지에 꽤 부담을 느끼고 있다. 그저 평상시처럼 지인들을 만난 것뿐인데 나를 도마에 올려놓고 마음대로 요리한다.

"결혼 앞둔 신부 얼굴이 왜 그러니." "결혼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니."

때론 아직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하고 뭐라도 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사실 결혼을 계획한 시점부터 나의 가장 진지한 고민은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살지?’하는 주제뿐. 결혼식이 뭐 별 건가. ‘평생 한 번 뿐인 결혼식’이라는 말은 별 것인 듯 버겁게 느껴지긴 하다. 그럴수록 난 더욱 독자노선을 걷는다. 그다지 순응하는 성격은 아니다.

‘평생에 두 번 있는 날도 있나. 아니, 난 이번 결혼식이 아쉬우면 단 둘이 결혼식을 또 올리면 되겠어. 그러니 이번 결혼식이 완벽하지 않아도 되겠네. 어쨌든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아. 준비야 차차 해 나가면 돼. 무엇을 해야하는지는 머릿 속에 다 있으니까.’

그리고 우리나라에 결혼이라는 문화에 대해 말해보자면, 어떻게 된 것인지, 필요없는 것을 사야 한다고 난리다. 끼고 다니지도 않을 다이아 반지부터 진주세트, 명품가방까지. 한 쪽에서 선물하면 다른 한 쪽에서도 선물을 주고, 그것이 점점 커진다. 주변의 사례가 그러니 부모님들은 나중에 어떤 소리를 듣게 될까 서로 경쟁하듯 주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러지 않겠다.

뭐, 하소연과 비판은 이쯤. 내 결혼식이나 신경쓸 것이다. 내 결혼식이니 내 마음대로. 남들이 어떻게 말하든 내 사정에 맞게 상식선에서 정성껏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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