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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토끼 Sep 22. 2016

#05 전업주부가 된 엄마

-엄마의 행복이 우리의 행복

엄마가 10년 가까이 다니던 직장을 다니고 전업주부가 됐다. 그동안 갖은 인내로 주말까지 바쳐가며 일하셨으니 경제적인 부담을 더는 일보다는 쉬는 것이 좋을 듯 싶어 엄마도, 가족도 모두 반겼던 일이다.

엄마가 집에 계시니 그동안 바깥으로만 나돌던 나는 퇴근 후에도 집에 곧잘 들어가고, 직장과 집이 가까운 덕에 집에 가서 점심을 먹기도 한다. 반찬이 없거나 음식이 하기 싫을 때 엄마는 주먹밥이나 간장계란밥을 해주시는데 그것도 좋다. 어릴 때부터 엄마가 해주던 것들이라 내겐 나름 ‘소울푸드’이다. 어제 저녁으로는 간장계란밥을 먹었는데 김치랑 같이 먹으라는 엄마의 잔소리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속으로는 마치 어린 아이가 된 것 같은 쾌감을 느끼면서.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아빠와 동생도 귀가시간이 전보다 빨라졌다. 엄마가 직장을 다닐 때 엄마의 귀가시각은 저녁 7시 반이였는데, 저녁 6시가 넘어 퇴근하는 우리는 집에 가도 저녁 밥상을 기대하기 힘드니 알아서 먹고 들어 가곤했다. 사실 그 때도 찌개랑 반찬 몇 가지는 있었는데 밥을 그릇에 퍼주고, 찌개를 데워주는 엄마가 없었던 것만 다르다. 그런데 이제는 퇴근하고 엄마를 볼 수 있으니 집에 가는 것도 기대되고 집안 분위기도 전보다 따뜻해진 것 같달까. 물론, 엄마의 손길이 닿은 집안도 확실히 깨끗해졌다. 이제 엄마는 청소하라는 잔소리 대신 출근 준비하느라 어지럽혀진 방을 정리해 주시니 삶의 질이 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직장생활로 피곤에 절어있던 엄마는 온데간데없고 얌전한 전업주부가 된 엄마가 집에 있다. 그런데 얌전한 모습에서도 의외의 모습을 찾을 수 있는데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갑자기 잔소리를 하시는 것이다. 오늘 엄만 내게 갑자기 매일같이 고데기를 하지 말라고 했다. 그동안은 내 머리 색깔이 바뀌어도 관심 갖지 않던 엄마인데 나의 머릿결을 걱정하며 하시는 그 잔소리가 황송하기까지 했다.

자진해서 백수가 된 엄마지만 엄마의 생활을 힘들게 직장에 올인 할 때보다 짜임새 있다. 가족들을 챙기는 것은 물론, 아침마당이나 케이블 TV에서 나오는 강연은 꼬박 챙겨보시고 책도 읽는다. 저녁에는 동생과 운동장을 걷고 배드민턴을 한다. 머지않아 배드민턴 동호회에 가입한다고 운동복과 배드민턴 라켓도 샀다. 이 시간이 오길 오랫동안 기다렸다는 듯 엄마의 일상을 제법 생기 있게 돌아간다.

엄마라는 존재가 어릴 때 우리 곁에 있었기 때문일까. 가족들은 엄마가 곁에 있어주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훗날 나는 어떤 엄마가 될까. 평생 맞벌이 부부로 사신 주변 어른들을 보면 경제적으로 여유 있고, 투자를 통해 얻은 수익으로 자녀들 몫까지 챙겨주시기도 한다. 물론 그 자녀들도 훌륭하게 잘 컸다. 어떤 전문가는 아이를 만 3살까지는 엄마가 곁에서 보살피는 게 좋다고 말하고, 현실적인 누군가는 아이들도 초등학생이 되면 바쁘니 돈 버는 엄마를 더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맞벌이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여유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분명 아이를 기르게 되면 선택을 하고 싶은 순간이 올 것이다. 그나마 확신하는 것은 아이에게는 행복한 엄마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래의 보상을 줄 수 있는 부자 엄마도 좋고, 항상 옆에서 관심 주는 전업주부 엄마도 좋지만 엄마의 행복은 아이의 정서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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