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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토끼 Oct 06. 2016

#06 Do not judge me

-네가 뭔데 나를 평가해

남자들이 대부분인, 여성편력이 심하고 마초적인 사람들이 많은 학과에서 허구헌날 낱낱이 외모 평가를 받으며 지냈다. 사회에 나오니 그런 무례한 사람은 드물어 편해졌다. 그런데 때론 미성숙한 사람들의 오지랖이나 평가가 갑자기 훅 들어올 때가 있다.

오랫동안 남의 눈을 의식하며 쌓은 상처때문인지 나는 방어력과 함께 공격력이 향상했다. 오늘 모임에서 동갑인 P가 나더러 뚱땡이라나, 뜬금없이 반기지 않는 별칭으로 부르는데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유치하지만 나도 '찐따'라는 말로 맞받아쳤다. 누군가 놀리면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된다는데, 그럼 놀린 누군가는 그 짓을 계속 할 수도 있다. 받은 것 이상으로 갚아줘야 마음에 남는 것이 없다. 그런데, Y언니가 그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듯이 "틀린 말은 아니네"라며 하는 말에는 빈정이 상했다. 내가 살이 찌든 말든 상관한다면 그것은 오지랖이다. 그동안 친하다고 생각했던 Y언니는 최근 세 번 은근슬쩍 나를 까내렸다. 내 머릿속에서는 재빨리 내가 그 언니에게 무언가 잘못한 것이 없는지 점검했다. 아마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좋아하는 Y언니가 나와 친해졌다고 자신의 가치관을 내게 밀어붙이는 것일게다. 요즘 Y언니는 그 관계의 선을 넘을랑 말랑하고 있다.

친한 언니로써 요즘 관리가 소홀한 내게 조언을 건넨 것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거부한다. 비뚠 생각인지 모르지만 말 그대로 "니가 뭔데 나를 평가해". 바로 그것이다.

비단 내가 외모 컴플렉스가 있기 때문이 아니다. 나는 남의 칭찬도 걸러듣는 편이다. 쉽게 남의 평가에 영향받는 게 싫어서 굳이 어떻게 보이려 애쓰지도, 그 평가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게 스스로 주장하는 마음가짐이다.

그러나 주변을 보면 많은 이들이 너무 꽉 막혔다 싶을 정도로 좁은 사고로 남을 평가한다. 그리고 조언을 한다. 오지랖이다. 사람은 누구나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한 처사다.

가까운 사람들의 평가는 때론 잔인하게 느껴지며 주눅들기도 한다. 그 평가에 부응하는 사람이 돼야한다는 압박을 느끼기도 했고 신경쓰지 않으려 발버둥 쳐보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다른 이의 평가를 일삼는 사람들의 미성숙함을 인정한다. 또한 전보다는 멘탈이 강해져서 마음에 들지 않는 평가를 들었을 때 나름 잘 대처하는 편이다.

스스로를 사랑한다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는 것. 조건도, 기준도 만들지 않고 나의 존재만으로도 감사함을 느끼고 세상과 타인에 열린 마음을 지니는 것.

다시 한 번 되뇌인다. 니가 뭔데 나를 평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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