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Maudie)

화가 모드 루이스의 당당하고 의미 가득한 삶과 사랑

by Baumee

넷플릭스를 열 때면 항상 어떤 영화를 볼 것인지를 선택하는 게 어렵다. 너무 뻔한 내용의 흥미와 자극 위주의 또는 비현실적 소재의 상업적 영화들은 관람 제외 대상 1호. 한참을 소개글을 읽거나 짧은 소개 영상들을 흝은 뒤 간신히 고른 영화를 주의 깊게 관람하는 것이 나의 넷플릭스 관람 패턴이다. 그러한 각고의 영화 고르기 작업 중 어느 날 내 눈에 들어 온 것이 샐리 호킨스, 에단 호크 주연의 ‘내 사랑(Maudie)’이었다. 사실 제목이 너무 평범하고 진부해서 그냥 넘길 뻔 했다. 그러나 영화 소개 영상 속의 몸이 잔뜩 불편해 보이는 한 볼품없는 여인이 붓을 힘겹게 쥐고 벽에 그림을 그려 넣는 장면을 보고는 어느 불행한 불구의 인물의 성공스토리일까? 한번 볼까? 하는 생각으로 재생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난 후의 나의 마음은 잔잔하고 애틋한 감동으로 따뜻하고 진하게 물들어 있었다. 실존 인물인 영화의 주인공 모드 루이스 역을 맡은 샐리 호킨스의 평범함을 뛰어넘는 참을 수 없이 소박한 캐릭터 연기와 그녀의 남편인 에버렛 루이스 역의 에단 호크의 무뚝뚝하고 투박하나 마음 속 꾸밈없는 사랑을 그대로 표현한 연기, 그리고 소박하나 특별했던 이들의 사랑과 삶을 그려낸 영상과 스토리가 뭉글뭉글 내 마음 속에서 끊이지 않는 잔향을 울리고 있었던 것이다.

평생 류머티스 관절염을 앓아 몸이 불편한 모드의 가장 큰 관심사와 취미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병 때문에 자기 자신도 돌보기 어려운 모드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친오빠에 의해 고모의 집에 맡겨지게 된다. 자신이 나고 자란 집이 오빠의 사업자금으로 팔려 고모집에 떠맡겨지다시피 한 모드는 돈을 벌어 독립하고자 하는 마음을 먹는다. 어느 날 동네의 잡화점에서 집을 돌볼 가정부를 구한다는 전단지를 보게 되고 모드는 이에 에버렛 루이스를 찾아가게 된다. 어딘가 불편해 보이고 거기에다가 마르고 촌스럽기까지 한 모드를 본 에버렛은 당치도 않다는 생각으로 모드를 돌려보내나 지원자가 없자 나중에는 모드를 가정부로 받아들이게 된다. 생선을 팔고 거친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에버렛은 집을 정돈하고 자신을 위해 요리를 해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었다. 독립이 목적이었던 모드는 비툴비툴한 걸음걸이로 투박한 성격의 에버렛의 갖은 욕설을 받아내며 일을 시작한다. 그러던 중 에버렛의 집의 벽에 삶의 애환을 달래며 그림을 하나둘씩 그려넣게 되는데 그런 모드를 에버렛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에버렛의 집은 크고 작은 아름다운 그림들로 가득 채워지게 된다. 집 벽면에, 조그마한 종이에, 그리고 나무판자 등에 모드는 그림을 그려 넣게 되고 이들이 우연히 사람들의 눈에 띄게 되어 엽서에 그림을 그려 팔게 된다. 그렇게 알려진 모드의 그림은 점차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고 마침내는 모드의 그림을 사고자하는 사람들이 모이게 된다. 이러한 과정 중에 모드와 에버렛은 동거를 위한 결혼을 하게 되고 이와 함께 이들의 사랑은 조금씩 커나간다. 모드의 그림이 점점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고 결국 방송에도 노출이 되자 모드는 화가로서 명성을 얻게 되고 그녀의 그림이 가득 그려진 그들의 집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될 정도였다. 이 둘의 관계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달달하지도 로맨틱하지도 않았지만 투닥투닥 거리며 하는 그들의 대화와 행동에는 속정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병의 악화로 세상을 떠나게 되는 모드는 남편 에버렛에게 ‘난 사랑받았어’라고 말하며 마지막 숨을 거둔다.

깡마르고 몸이 비틀거리는 관절염의 몸을 입은 샐리 호킨스는 촌스럽지만 소박하고 진솔한 모드 루이스의 언어와 행동 하나하나를 자신의 방식으로 잔잔하게 표현해 내었고 주인공 모드의 그림을 향한 애정과 사랑, 그리고 역시 거칠고 평범하지 않은, 고아로 자라왔으나 뼛속까지 성실하게 살아온 에버렛과의 삶을 사실적이고 소박하게 담아낸 영상은 영화를 보는 동안 집중을 끌어들이는 원동력이 되었다. 류머티스 관절염을 앓고 있는 그림만 아는 왜소한 여자, 그리고 생선 장사를 하며 온갖 거친 일들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남자, 어쩌면 사회적으로 전혀 주목받지 못할 것 같은 두 사람의 조합을 영화는 너무도 사실적이고 꾸밈없이 그려내 보는 내내 가슴 짠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자신만의 눈으로 따뜻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밝고 꿋꿋하게 그림과 함께 살아가는 모드, 거칠고 투박하고 때로는 모드에게 온갖 욕설과 폭언을 쏟아내지만 소중한 재능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마음 착한 모드가 자신을 떠날까봐 전전긍긍하는 에버렛. 처음에는 삐걱대었지만 점차 톱니바퀴를 하나하나 맞춰가며 삶의 동반자로 발전하게 되는 이들의 삶과 사랑을 에피소드 하나하나에, 그리고 영상의 곳곳에 꾸밈없는 담담함으로 담아내었다.

영화를 본 후 자석에 끌리듯 실존 인물인 모드 루이스와 그녀의 그림에 대하여 리서치를 하게 되었는데, 삶의 주변에 있는 소재들을 모드 자신의 따뜻한 시선과 원색으로 하나하나 그려 그것들은 작품이 되었고 다만 협소한 공간에서 쭈그리고 작은 종이들과 나무판자들에 그려 그림들이 대부분 작다는 것이 특징이었다.

특별할 것도 없는 듯 하나 특별했던 이들의 소박한 삶과 이 삶에서 일어난 기적, 그리고 캐릭터들을 당당하고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묘사해 담아 마음에 많이 남는 영화였다.

‘난 사랑받았어’ 세상을 떠나며 마지막으로 한 모드의 대사다. 그것은 그녀의 삶이 행복하고 의미가 가득한 것이었다는 것을 나타내며, 이 영화가 전체적으로 보여주고 싶어 했던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아름답게 마무리지어주는 말이었다. 부족하지만 사랑하는 일과 사람을 갖고 있었기에 행복과 의미로 가득한 삶. 너무나도 갖고 싶은 삶의 면이다. 실존했던 한 사람의 행복했던 삶을 꾸밈없는 담담함으로 보여준 이 영화를 아끼는 마음으로 추천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세 자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