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것에 대한 기쁨

by Baumee

한동안 글 쓰는 것을 멀리했었다. 지금의 나 자신과 내가 생각하는 것 자체를 소중히 여기면서.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자신과 그 자신의 생각이 있다 해도 그것을 나타내지 않으면 그저 잠시 존재했다가 사라지는 것이 되기에, 그리고 나타내야만 나와 동시대를 함께 숨 쉬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존재할 수 있기에 다시 글을 쓰기로 했다.

​사람들에게 존재하기 위해 나를 나타내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영상, 글, 그림, 사진, 음악, 음향 등... 그 중에서도 글이란 모든 다른 매개체들의 근본이 되는 것이라 생각이 된다. 물론 다른 시각도 있겠지만 글로 자신의 생각과 사고의 뼈대를 잡을 수 있고 그 뒤에 그림, 사진, 영상, 음악 등의 새로운 매개체를 세운다면 보다 더 견고하고 체계적인 모양이 되어 표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글이라는 표현 도구는 참으로 함축적이고도 그 표현의 힘과 영역에 있어서 제한이 없다.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그 동안 소리에 모든 것을 실어 나르려는 외골수적인 노력을 했다면 이제는 글에 마음의 자락을 열어 조금씩 풀어놓아보려 한다. 마음과 생각의 점을 한 획씩 한 획씩 말이다.

흰 백지에 한 자 한 자 마치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듯 써나가고 있노라면 생각과 마음이 편안해지고 안정이 되는 느낌이 든다. 이 백지는 마치 인격을 가진 듯 나의 가감 없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그대로 들어준다. 차분하게 쫓기거나 서두를 필요 없이, 눈치 보지 않고 나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줄 수 있는 친구다.

글 쓰는 것은 여러 가지 정보의 흡입으로 복잡하고 피곤해진 나의 오감을 활자의 형식을 가지고 담아 정리해 주고 가라앉게 하며, 쉬고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주는 마력을 가졌다. 때때로 마음의 새로운 것들을 불러일으켜 창작의 환희를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나는 많은 경우 사실에 근거한 수필 형식의 글을 선호하여 쓰게 되지만 이러한 수필도 마음과 생각에서 나오는 창작인 것이다.

많이 꾸미고 대단해 보이려고 하기보다는 그야말로 눈치 보지 않고 본인의 이야기를 더하거나 뺌 없이 그대로 담아내는 글이 살아있고 생명력이 있는 글이 된다. 누군가를 의식하는 순간 글에는 허위와 기름기가 껴지기 십상이다. 솔직하려고 팬을 드는 이상 글을 쓸 때 다른 이를 의식할 필요가 있을까? 글을 쓰는 것은 나를 있는 그대로 활자를 빌어 담아내는 소중하고 기쁨 가득한 작업인 것이다.

나의 존재감을 나타내고 나를 확장하는 도구로써의 글쓰기는 삶을 보다 여물고 단단하게 만들기도 한다. 자신의 꿈과 바램, 그리고 계획들이 글 속에 반영되기도 하는데 이것들은 마치 자신 안에 이루려고 하는 각인되어지는 삶의 아이디어로 살아 움직여 이를 이루는 방향으로 생각과 삶이 움직여지기 때문이다. 이로써 삶의 모습이 보다 구체적이고 계획적이며 건축가적인 모습을 띠게 된다.


글을 씀으로써 당장은 본인에게 소중함이 되지만 이차적으로 그 글을 읽는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와 유익, 기쁨을 줄 수 있다. 이것이 나의 존재감을 나타내고 나를 확장하는 역할을 하는 도구로서의 기능을 갖는 것으로, 글이 자아를 표현하며 나타내는 많은 매개체들 중 하나이지만 언어의 형식을 빌어 표현하는 것이라는 특유의 장점이 있는 매개체이기 때문에 쉽게 이해되고 교감과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녹화되어 표현되는 영상과는 달리 읽으며 차분하게 글의 의미를 머리와 자아를 사용해 많은 생각과 상상을 하게한다는 점에서 글을 읽는 이들의 머리와 마음속에서 제 2의 창작이 일어나게 하는 놀라운 예술 분야다.

글쓰기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백지에 넋두리하듯 많은 것을 쏟아낼 수 있는 귀가 큰 친구이다. 반드시 뛰어날 필요도 대단해야 할 필요도 없는 솔직 담백한 친구. 나는 이 친구를 매우 사랑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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