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tea)에 빠졌다

by Baumee

나는 본래 차를 그리 즐겨 마시지 않았다. 무맛 무취의 차가운 물이 최고의 음료라고 생각하고 과일을 갈은 주스가 단 것이 당길 때 마시는 일반적인 음료였다. 그런데 요즘 나는 차(tea)에 빠졌다. 어느 날인가 찻집에서 진한 얼그레이를 마셔본 이후 평소 종류와 이름조차 모르고 들이키던 그 향이 나는 뜨거운 물을 비로소 보게 되었고 차의 종류와 이름, 효능들에 대해 파헤치고 알아가게 된 것이다. 가깝게는 녹차, 우롱차, 홍차, 페퍼민트, 루이보스에서 시작해서 국화차, 쟈스민, 히비스커스, 메리골드, 맨드라미, 장미꽃차, 캐모마일과 같은 꽃차를 지나 우엉차, 생강차, 인삼차, 칡차, 대추차, 호박차, 석류, 귤차, 모과차 등과 같은 뿌리, 과일차까지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차가 주는 깊은 맛과 향, 그 차분함과 속을 편안하게 해 주는 속성 때문에 나는 마치 한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차를 흡수해갔다. 녹차, 둥글레가 차의 전부인 줄 알았던 나였다.

차의 맑고 투명함과 그리고 말리거나 발효되어 내는 깊은 맛은 세상이 주는 또 하나의 세계였다. 말린 잎에서 우러나오는 맑음과 발효시킨 잎에서 나오는 깊음, 그리고 뿌리에서 나는 건강함과 꽃잎에서 나오는 향, 오래 끓인 과일에서 나는 깊은 단맛... 이런 것들이 나를 사로잡고 있는 차의 요소들이다. 이 모든 것들이 어느 하나 포기할 수 없는 요소이나 그 중에서 나는 발효시킨 잎에서 나오는 깊음을 단연 최고로 꼽고 싶다. 그렇다면 홍차 종류가 바로 그것들이다. 홍차는 발효 정도가 약 85% 이상으로 떫은맛이 강하고 짙은 홍색을 나타내는 차이다. 찻잎을 채엽한 후 그대로 놓아두게 되면 찻잎은 천천히 시들면서 산화가 진행된다. 녹차의 경우 이러한 산화를 방지하기 위해서 찻잎을 덮거나 쪄서 열에 약한 찻잎 내 산화의 효소를 파괴하지만, 홍차는 일부러 찻잎을 시들게 하는 과정인 위조(萎凋)를 거치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25~30의 온도와 95% 이상의 습도를 갖춘 조건에서 30~100분간 발효시켜 나온 것이 홍차인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홍차는 매력적인 향과 깊은 맛으로 19세기 유럽 식탁을 점령해 보스턴 차 사건, 아편 전쟁의 발발 원인으로 작용하여 세계사를 바꾼 요인이 되기도 하였다.

중국 사람들은 흔히 “평생 동안 매일 다른 차를 마셔도 죽을 때까지 모두 마셔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이름을 기억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하였다. 차는 맛보고 공부하면 할수록 새롭고 오묘한 것들이 자꾸 나온다. 가공방법에 따라서도 6대 다류가 나오고 이에 산지, 품종, 찻잎의 형태 등을 따지면 헤아릴 수 없이 무궁무진해진다. 나는 요즘 마트와 온라인몰에서 새로운 차들을 수집하고 또 집에서는 찻물을 끓이느라 바쁘다. 그 맑고 아름다운 색을 즐기며 차 각각의 특유의 향과 맛에 빠져든다. 그리고 내 스테인리스 텀뷸러에는 어느 새 커피가 아닌 차가 담겨 데일리 백에 자리 잡았다. 땅에서 나오는 찻잎과 햇빛, 그리고 물과 불이 어우러져 탄생되는 차는 대자연을 담아 마시게 하는 매일의 귀한 손님이다. 이제 차에 관심을 갖게 된 필자가 얼마나 차에 대해서 알겠느냐마는 그 아름다운 향과 맛,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풍미에 잠겨 여가 시간이 허락하는 한 차에 대한 추구와 덕질은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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