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봄에도 어김없이 양재 꽃 시장에 다녀왔다

by Baumee

지난 토요일 오후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가던 중 나는 갑자기 방향을 틀어 양재 시민의 숲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지금 이대로 집에 가면 답답한 방 안에서 나머지 시간들을 보내게 될 터였다. 화창한 봄날의 토요일 오후를 이렇게 보낼 수는 없었다. 나는 양재 꽃시장으로 들어섰고 곧 여러 거대한 대형 하우스들이 눈앞에 나타났다. 나는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고 그중 한 하우스로 들어갔다. 금세 여러 다양한 단 꽃내가 콧속을 진동시켰다. 기분 좋은 따뜻한 냄새였다. 그 기분 좋은 냄새를 만끽하며 양쪽으로 진열되어진 화초들을 눈에 담기 시작했다. 아니 여러 다양한 화초들이 정신없이 눈에 들어왔다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푸르고 붉고 노란, 가짓수를 셀 수 없을 정도의 다양한 색깔들, 그리고 그 아름답고 오묘한 모양과 자태들로 각각의 화초들은 자신의 모습들을 뽐내며 서로 화려하게 모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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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 후리지아, 장미, 튤립, 난, 풍난, 천리향, 뱅갈 고무나무, 떡갈 고무나무, 산세베리아, 스투키, 알로카시아, 금전수, 문샤인, 행운목, 해피트리, 여러 선인장들과 각종 행잉 플랜트 등 매우 많고 이름을 댈 수 없는 다양한 화초들이 올해 봄 처음 꽃시장을 방문한 나를 웃는 얼굴로 반겨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북적이고 많은 건물들과 움직이는 차들이 즐비한 서울의 도심 속에 사는 나는 이러한 광경이 너무나도 오랜만에 반갑고 기뻤다. 정신없이 하나의 화초라도 놓칠세라 화초들을 바라보며 눈에 담기 시작했다. 참으로 아름답고 예쁘고 이렇게 자라나 내 눈앞에 펼쳐져 있는 그것들이 너무도 신통하고 대견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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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동안을 하우스 안을 돌아다니며 화초들을 구경하며 있노라니 문득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마음이 너무나도 푸근하게 편안해져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왜 일까? 여기도 변함없는 복잡한 서울의 한 부분인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한결 편안했다.


왜일까?...


나는 곧 이것이 자연이 한데 어우러져 펼쳐져있는 장소이기 때문인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비록 각각의 화초들이 화분에 담겨져 와 서 있을지언정 분명 이들은 자연에서 나를 만나기 위해 온 자연의 부분들인 것이다. 인공의(artificial) 것이 아닌 흙에서 나와 햇빛을 받으며 물을 먹고 자란 자연의 한 부분들. 이 자연 속에서 나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져 있는 것이었다.


인간도 흙에서 난 것을 먹고 햇빛을 받으며 깨끗한 물과 공기가 필요한 자연 생물학적인 존재임을 생각할 때 그러고 보면 인공으로 만들 건물과 도로, 연료로 움직이는 빠르고 바쁜 차들 속에서만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하지 않은 일임에 틀림이 없다. 자연이 어우러진 깨끗한 공기 속에서 자연이 살아 움직이는 것을 느끼며 그에 맞추어 살아가는 것이 본래의 삶의 모습이어야 할진대 어느 사이 사람들은 여러 이해관계와 필요, 욕망에 이끌려 이러한 복잡한 도시를 이루어냈고 그 속에서 내일의 꿈을 위해 고통하면서도 오늘을 희생하며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무척 안타깝고 슬프고 허망하기 그지없게 느껴진다.


잠시 본래의 모습인 자연이 모여진 이곳 속에 있으면서 나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끼며 역시 나도 조물주가 만든 자연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가 있었다. 동시에 이 모든 화초들이 각각 어느 농장에서 재배되고 길러졌건 간에, 그리고 그것들이 비록 인공의 화분들에 담겨 있지만 이렇게 한 곳으로 모여 사람들로 하여금 그것들을 볼 수 있고 만끽할 수 있다는 사실이 문득 감사하고 고마웠다. 그리고 나아가 이러한 자연의 모습이 놀랍도록 다양하고 아름답다는 것을 깨닫게 될 때에 이 모든 놀라운 것들을 창조하여 사람 곁에 두어 함께하게 한 창조주에게 새삼 감사함을 돌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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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안을 탐방하기를 마친 내 손에는 어느덧 산세베리아 두 점과 스투키 한 점이 정성스럽게 포장이 되어 들려 있었다. 이것은 사람에게 유해한 전자파를 막아주며 공기 정화에 탁월하다는 식물들이다. 이러한 식물들이 화분에 담겨 집안에서까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한번 감사함을 느끼며 나는 다시 인공 가득한 도심 속의 집을 향해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양재 꽃시장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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