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눈이 유난히 컸다. 그 큰 눈을 어른들은 토끼눈이라고 하며 귀여운 듯 놀리곤 하셨다. 눈을 크게 뜨고 머리를 양 갈래로 삐삐처럼 묶고 나면 영락없이 토끼 같았다. 그 머리는 엄마가 아침에 일어나면 물을 뿌려 묶어주곤 하셨다.
엄마는 한시도 가만히 있으시는 법이 없었다. 항상 바쁘게 그리고 신바람 나게 집안일을 하셨다. 엄마가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고 계시면 여섯 살이었던 나는 부엌 밖 벽에 붙어있는 거울에 내 얼굴을 가만히 비추어 보곤 했다. 양 갈래로 묶은 검은 머리에 넓은 이마, 커다란 눈, 그리고 젖니가 빠져 아직 나지 않은 아랫니 가운데 두 개의 빈자리가 차례로 보였다. 그 두 개의 이빨은 한동안 나질 않아 내 가슴을 애태우곤 했다. 부엌 옆에 있는 거울, 안방 할머니 방에 붙어있던 커다란 가운데 거울, 마루 기둥위에 붙어있는 작은 거울. 집 안에 있는 거울에는 죄다 비춰보며 그 두 개의 빈 이빨자리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 두 이빨은 좀처럼 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부엌에서는 설거지를 하고 반찬을 하시는 엄마의 콧노래 소리가 들렸다. 나는 엄마 따라 부엌에 들어갔다가 다시 마당으로 나오고 수돗가로 갔다가 다시 부엌 입구 옆 거울이 있는 곳으로 엄마 주위를 맴돌았다. 엄마가 씹는 껌 소리는 매우 경쾌했다. 딱, 딱, 슈웅. 내가 걱정스럽게 이빨을 바라보고 있으면 엄마는 내 이빨을 가만히 들여다보시고는 미소를 짓고 다시 부엌으로 돌아가셨다. 그럼 나는 아무 일도 아니구나 하고 하는 걸 알고 다시 기분이 좋아져 둥기둥기 놀면서 엄마 곁을 맴돌았다. 마당에서 흙장난을 하기도 하고, 대문 옆 잡초를 따기도 하고, 돌맹이를 모아 소꿉놀이를 하기도 하고, 수돗가 큰 다라에 받아져 있는 물에 내 얼굴을 비춰보기도 하였다. 대야에 물을 따라놓고 두 손으로 물을 만지작거리고 있으면 엄마는 부엌일을 하다가 말고 수건을 갖고 나와 내 얼굴을 씻기곤 하셨다. 엄마의 큰 손이 내 얼굴을 한번 씩 훔치고 지나가면 내 얼굴은 어느 새 한결 깨끗해져 있었다. 코를 풀리고 또 한 번 훔치고. 어느 새 말끔해진 내 얼굴을 보고 엄마는 흰 이빨을 환히 드러내고 웃으셨다.
나는 항상 일곱 살이 되고 싶었다. 엄마 주위를 맴돌고 놀다가 거울을 보다가 문득 문득 생각나면 묻곤 했다. “엄마, 나 언제 일곱 살이 되?” 그러면 엄마는 대답했다. “응, 일곱 밤만 자고 일어나면 되.” 그러면 나는 “일곱 밤?” “그래.” 그리고 나는 일곱 밤을 기다린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러날이 지나간다. 그리다 문득 어느 날 생각나면 또 묻는다. “엄마, 나 언제 일곱 살 되?” “일곱 밤만 자고 일어나면 되.” “일곱 밤? 아직 안 지났어?” “응.” 엄마는 일곱 살이 되기를 기다리는 나에게 항상 같은 대답을 하셨었다. 여러 날이 지나면 된다는 것을 알기 쉽게 ‘일곱 밤’이라고 하신 것이다.
할머니 방 가운데 있는 큰 거울에 이빨을 비춰보고 있던 나는 문득 가운데 아랫니 비어있는 두 자리에 하얀 것이 살짝 얼굴을 내민 것을 발견했다. “엄마, 엄마, 이빨 봐봐.” 엄마는 무슨 일인가 하며 내 이빨을 보러 달려오신다. “우와, 우리 지혜 이빨 나내! 이빨 나!” 엄마는 뛸 듯이 기뻐하셨다. “우리 지혜 더 예뻐지겠네?” 그리고는 내 이빨을 이쪽저쪽 살펴보시다가 다시 콧노래를 부르시며 부엌으로 향하신다. 나는 그 하얀 것이 비집고 올라올 때마다 잇몸이 근질거렸으나 곧 일곱 살이 될 것이므로 참았다. 그러는 사이 여러 날은 지나갔고 나는 어느새 어였한 일곱 살이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