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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인간 Aug 19. 2022

아들만 둘입니다.

아둘 엄마의 하루 키우고 내려놓는 육아 이야기

  드디어 기다리던 개학날입니다. 이번 방학은 유난히 짧았지만 그래도 개학은 엄마인 저에게 해방감을 줍니다. 어젯밤 자기 전까지 아이들과 방학 과제물을 챙기고, 2학기에 신을 새 실내화도 챙겼어요. 그리고 다 같이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오늘은 밤새 뒤척이다 새벽에 일어나 새 학기를 맞이할 준비를 했지요.


  방학 사이 손가락 한 마디만큼 자란 아이들은 오늘은 웬일로 부지런을 떱니다. 1학기에는 마지막 등교 시간에 간당간당하게 교문을 통과해서 몇 번이고 잔소리를 참게 만들던 아이들인데 말이죠. 특히 8시부터 실내화를 손에 꼭 쥐고 현관문 앞에 서 있는 큰 아이는 13살이나 되었지만 여전히 제 눈에는 작고 귀엽고 소중하게 보여요.




  준비물을 몇 번 더 확인하고 마지막 등교시간 40분 전 우리는 학교로 출발했어요. 시작은 늘 기대와 긴장을 함께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실없는 농담도 마구 던집니다. 학교를 가는 12분 동안은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요.  (음, 어쩌면 제가 정말 신나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서일지 몰라요.)


  "잘 다녀와, 우리 이따 만나자!"

  학교 앞에 도착하면 마지막까지 웃음 띤 미소와 평소보다 한 톤 높인 밝은 목소리를 유지합니다.

  '쿵!'

  뒷좌석의 문이 닫히면 이제 공기의 흐름이 바뀐 듯 새로운 시간이 열립니다.

 개학날에는 브런치가 '국룰'(국민 룰, 특정 행위가 불문율 혹은 유행이라는 신조어) 아니겠습니까?




  위이이잉 위이이잉-

  발신자는 '자랑스러운 초6'입니다.

  '뭔가를 빠트렸구나!' 직감이 들었지만 오늘은 개학날이므로 침착하게 대응하기로 합니다.


  "여보세요?"

  "엄마, 나 실내화를 차에 놓고 내렸어. 그래서 교문 앞으로 왔는데, 엄마 차가 없더라."

  "응, 기다려봐. 엄마가 다시 교문 앞으로 갈게."

 

"오리야, 오늘은 노란 실내화를 신은 너의 발만 보이는구나!"


  얼른 차선 변경을 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갑니다. 실내화가 차 안에 있는 것은 맞는지, 혹시 집에서부터 가져오지 않은 것은 않은지 별 생각이 다 들어요. 다행히 바닥에 널브러진 실내화 두 짝이 보입니다.

  '이놈 시키 정신을 안 차리고 말이야.'

  '엄마 어렸을 때는 말이야, 그냥 양말 신고 다녔어.'

  '차에서 포켓몬 고 계속할 때 알아봤다. 왜 게임을 그렇게 하니?'

  '준비물을 왜 가방에 안 넣고 왜 바닥에 두니?'




  하지만  멀리서  흘리며 뛰어오는 아이를 보고 창문으로 실내화를 건네고 바로 헤어졌어요.

  준비한 대사 대신 콩깍지만 제대로 쓰고 브런치를 먹으러 출발합니다.

  '이제 지각하지 않으려고 뛰기도 하는구나!'

  '이쯤에 있으면 엄마 차를 다시 만날 수 있겠구나 계산도 했고!'

  '더운 날에 짜증 내는 얼굴도 아니었어! 어떤 일이든 해결하면 된다는 여유도 가졌구나!'




  하루 동안 (나의 인내심 안에서) 사랑을 듬뿍 주고, 새까만 고요함이 찾아오면 '오늘의 너'를 내려놓아야지. 나는 아들만 둘이니까 꼭 멋진 시어머니가 되고 싶어. 그리고 독립적인 엄마도 되고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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